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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어설픈 개입은 루블화 강세 못 막아 … 시장 자율에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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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 매입은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정책과 모순된다. [보스토크 포토]

러시아 중앙은행이 줄어든 외환 보유액을 다시 늘리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하루 최대 매입액이 1억~2억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적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세이 롯산 러시아 중앙은행 공보실장은 외환 보유액을 확대하기 위해 달러를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1억8100만 달러, 14일 2억 달러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루블화 가치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달러를 투입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한편 국민경제·국가행정 아카데미(РАНХиГС)의 알라 드보레츠카야 사회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의 외환 보유액이 국제 기준으로 안전한 수준이며 주요 물자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외채무 상환 능력도 보장하는 견고한 ‘외환 안전판’을 보유한 10개국 안에 든다”며 “달러 매입을 주목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루블화의 과도한 강세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위험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러 매입과 파장

모스크바 시내 러시아 중앙은행 건물. [로리]

‘IC Russ Invest’의 드미트리 베덴코프 분석부장은 “일일 외환 거래량이 50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1억~2억 달러 매입은 외환 시장 동향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외환 규제기관이 구두 개입과 같은 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드보레츠카야 교수는 “외환 규제기관이 루블화의 지나친 강세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미 시장에 밝혔다”면서 “현재 서방에 대한 대외정책의 일정 부분과 국제유가 동향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개입 하면 또다시 재정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루블화가 강세를 띠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입대체 산업 육성과 자원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루블화 강세는 수출업체, 그중에서도 특히 원료 수출업체에 타격을 줘 국가재정이 영향을 받게 된다. 연방 예산에서 석유와 가스 수출에 따른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투자회사 UFS IC의 일리야 발라키레프 수석 애널리스트는 “루블화 강세는 국가 경제에 여러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수출업체에는 루블화 약세일 때가 유리하다. 원료가 아닌 고부가가치 상품을 수출하는 업체는 특히 더 그렇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철강 분야를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상품가격이 오랜 기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루블화 강세까지 겹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철강 제품 수출업체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자유변동제로 이행 정책과 엇박자

중앙은행의 새로운 조치는 나아가 루블화 환율을 자유변동제로 이행하기로 한 외환정책에 어긋난다고 드보레츠카야 교수는 경계한다. 그는 “국내시장에서 정기적인 외환 매입을 공식적으로 부활시킨 것은 얼핏 보기에는 러시아은행이 발표한 루블화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을 실현하는 길에서 뒷걸음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드보레츠카야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초 중앙은행의 의도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중단됐고 지난해 말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이는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힘을 잃은 루블화의 가치 폭락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됐다. 그는 “그래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재정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에 한해 예고없이 비정기적으로 개입해 상황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드보레츠카야 교수는 루블화 가치 ‘하락 게임’이 전략적 ‘한 수’여야 한다고 했다. 루블화의 권위와 경쟁력,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리야 발라키레프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중앙은행은 루블화 급락세에 대처하기 위해 하루 수십억 달러씩 지출했는데 이 조치는 별 효과가 없었다”며 “그래서 외환 투기자들을 진정시키는 (외환 규제기관의 구두개입과 같은) 신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신호들은 제도화되고 명료해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조치가 외환(달러) 매입보다 시장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다.

알렉세이 롯산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러 사들이는 러시아 중앙은행
"줄어든 외환 보유액 늘리자"
하루 1억~2억 달러씩 매입
'수출기업 위한 것'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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