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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처방받는 시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 없다는데...조금만 움직여도 피곤다면?

운동은 젊음의 묘약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하는 운동은 오히려 노화를 촉진한다. 몸 속 상태, 근육의 발달 정도와 유연성 정도, 영양 섭취 수준에 따라서 종류와 강도가 다른 운동을 처방받아야 한다. 실제 사례자와 함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에게 운동처방을 받아봤다. 사례자 고옥술(60·주부)씨는 몸이 항상 피곤하고, 집안일을 조금만 무리하게 해도 근육통에 시달린다. 최근 다리 근육이 많이 빠져 치마를 입기도 민망하다.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 날 때마다 걷기운동만 하고 있다. 어디에,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글·사진=배지영 기자


▶운동처방 사전검사 1단계 [체내 성분 분석]

인바디검사: 신체 구성성분에 대한 기본 검사. 단백질·무기질·기초대사량·체지방량·부위별 근육량 등을 대략 분석할 수 있다.

☞고씨의 경우 대부분의 항목에서 정상수치를 보였다. 단 복부지방량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피검사: 중성지방·콜레스테롤·간수치·혈당·요산수치를 검사한다. 유산소 운동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다. 중성지방과 혈당이 높을수록 비만 가능성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혈관질환 위험성이 크다. 간수치와 요산수치가 높으면 조금만 운동을 해도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검사한다

☞피검사 항목에서도 모두 정상수치를 보였다.

소변검사: 신장과 방광·요로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는 검사. 운동처방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들 기관에 이상이 있으면 피로도가 올라가므로 기본적으로 실시한다.

☞소변검사 역시 정상수치를 나타냈다.

복부 CT: 배 속 내장지방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 몸무게나 BMI가 정상이더라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또 복부 근육량과 지방량의 비율을 알 수 있다.

☞상당한 복부지방이 발견됐다. 더 큰 문제는 근육량이었다. 복부에 근육이 거의 없어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동일 연령대의 여성과 비교시 배 근육량은 30%에 미치지 않았다. 미세하게 남아있는 근육 또한 사이사이 기름(마블링)이 끼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배 근육이 약하니 더 힘을 안 쓰고, 사용을 하지 않으니 지방이 또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골다공증검사: 뼈 나이를 알아보는 검사. 골밀도는 20대에 이르러 정점을 찍은 다음 점점 떨어져 40대에는 20대의 절반 정도다. 특히 여성은 갱년기 후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골밀도가 낮다면 뼈 주변근육을 강화해 골절 발생 위험을 줄여야 한다.

☞고씨의 골밀도는 최저 수준이었다. 같은 연령대 여성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요추와 고관절 부위의 골밀도가 낮았다. 낙상 시 쉽게 부러지는 부위이므로 주변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골밀도 자체도 올라 뼈가 튼튼해진다. 3개월 정도만 운동을 해도 골밀도는 꽤 올라간다.


▶운동처방 사전검사 2단계 [기초체력검사]

동일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체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한 검사.

자전거타기: 심폐지구력을 알아봄. 심장이 근육에 얼마나 피를 잘 공급하는지, 호흡기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는 검사.

☞기초체력검사 중 유일하게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 심폐지구력이다. 전체 5등급 중 2등급을 받았다. 평소 계단오르기 등을 자주 했다는 것으로 보아 심폐지구력에는 별문제가 없어보인다.

윗몸 일으키기: 복근의 근지구력을 알아봄.

☞2분 동안 윗몸일으키기를 단 1개 성공했다. CT검사에서도 나왔듯이 복부 근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윗몸 앞으로 굽히기:유연성을 알아보는 검사. 선 자세에서 윗몸을 최대한 앞으로 숙여 팔이 땅에 닿는지 살펴봄.

☞유연성 점수는 5등급. 최하점수를 받았다.

악력 검사: 상체 근력 검사. 특정 기구를 한쪽 손에 쥐고 최대로 힘을 줘 악력을 테스트. 양쪽 모두 실시. 손의 힘을 통해 양 팔의 근육이 어느 정도 있는지 측정할 수 있다.

☞왼팔은 5등급, 오른팔은 4등급.

소리반응검사: 민첩성 검사. 검사 기기 위에서 가만히 있다 소리가 나면 발을 다른 곳으로 이동. 전신반응 측정.

☞4등급. 근육이 없으니 반응속도도 느리다.

눈 감고 한 발로 오래 버티기:밸런스 검사. 한 발로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보고 균형감각을 측정한다.

☞3등급. 보통 수준.


▶운동처방 사전검사 3단계 [영양상태 평가]

지난 3일 동안 먹은 음식을 기록해 와 식습관을 점검한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지 않은지, 단백질 섭취가 적은지 알아본다. 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활성산소(노화 촉진 물질)를 없애주는 비타민류 섭취 수준도 측정한다.

☞단백질 섭취량이 적어 이를 많이 늘려야 한다. 근육 운동을 하더라도 재료인 단백질이 없으면 잘 합성되지 않는다. 돼지고기 뒷다리 살, 닭고기 안심부위, 기름을 제거한 소고기 목살 부분을 손가락 제외한 손바닥 크기로 하루 두 번은 섭취해야 한다. 고기 한 덩이 대신 달걀흰자 2개, 두부 반 모 정도로 대체해도 된다.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 있다. 어떤 과일이든 하루 두 개 정도의 양(오렌지 크기 두 개 분량)을 섭취한다고 생각한다. 과일을 먹으면 영양제를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 출처: 중앙포토DB

<강재헌 교수의 총평>

요즘 흔히 보는 전형적인 50~60대 아주머니 사례다. 겉으로는 정상 체격이고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근육량이 크게 모자라고 골다공증 위험도 컸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조금만 일을 해도 몸살이 온다고 하는 이유가 허리·팔다리 근육이 없기 때문이다. 근육량을 늘려야 피곤함이 사라진다. 민첩성과 순발력은 근육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뼈를 둘러싸는 근육량이 많아지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도 줄어든다.

강’s 운동처방

가장 먼저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특히 배와 팔·허벅지 근육을 강화한다. 배는 두 부분으로 나눠 상복근(배의 윗부분), 하복근(아랫배 부분) 운동을 실시한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동작은 누워서 윗몸일으키기다. 누워서 양팔을 앞으로 뻗은 채 반 정도만 일어나서 5초간 정지한다(그림1). 하복근은 누워서 두 다리를 모은 채 45도 정도 들어올린 후 5초간 정지(그림2)한다.

팔 운동은 책상을 이용한다. 팔을 편 채 두 손을 책상에 올리고, 몸을 일자로 유지하고 팔을 굽혔다 폈다 한다(그림3). 마지막으로 스쿼트 운동을 한다. 무릎을 굽혔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그림4) 허벅지에 힘이 가 근육이 생성된다. 총 네 가지 운동을 하루 10번씩 세 세트를 시행한다.

고씨의 경우 유산소운동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 유일하게 보통 수준으로 측정된 것이 심폐기능이다. 보통 살을 빼려면 40~5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처방하는데 고씨는 30분 정도의 빨리 걷기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심폐기능과 전신순환기능 유지 정도면 된다.

미니 말풍선. 나도 운동처방 받아볼까?

국내에 운동처방을 전문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은 몇 곳 없다. 스포츠전문클리닉이나 비만센터가 갖춰진 곳이면 좋다. 대학병원 중에서는 서울백병원이 대표적이다.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에서는 주로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운동처방을 한다. 검사비용은 체성분·혈액·소변검사, 복부CT, 흉부X선, 기초체력검사 등을 합해 약 45만 원(골밀도 비용은 5만원 정도) 선이다. 주치의와 운동처방사, 영양사의 종합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다. 4주간 주 1회 병원에 들려 운동처방 수행 정도를 평가받는다. 병원마다 검사비용과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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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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