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탄저균 표본, 오산 미군기지에 배달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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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살아 있는 탄저균을 오산 미군기지를 포함한 미국 안팎의 군 시설에 실수로 보낸 것으로 28일(현지시간) 드러났다.

스티븐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유타주의 군 연구소에서 실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미국내 9개 주와 한국 오산의 주한미군 기지에 보냈다”고 밝혔다. 워런 대변인은 그러나 “배달된 표본은 관련 규정에 따라 폐기했으며 일반인에 노출된 적이 없다. 표본에 노출된 연구소 관계자들 중에서도 탄저균에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탄저균 표본은 오산 미군기지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 배달됐다. 주한미군 측은 “표본을 사용하는 제독 훈련에 참여했던 요원 22명에 대해 감염 가능성을 검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의료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누구도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탄저균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전염성이 높다. 그러나 유타주의 군 연구소 시설은 ‘AG1’으로 이름붙여졌던 탄저균 표본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간 미국 내 9개 군 관련 시설과 오산 공군기지로 보냈다. 미군 당국자는 “이들 탄저균 표본은 모두 죽은 상태에서 보내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받은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국방부 소속 연구소가 군 당국에 신고하며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이 배송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언론들은 탄저균 표본은 민간 업체를 통해 배송됐다고도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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