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제품 먹으란 건지 말란 건지 … 불안 키운 식약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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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수오 식품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한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가 처음 밝혀진 내츄럴엔도텍은 27일까지 사흘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백세주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국순당은 이날 하루 종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등 출렁거렸다.

 소비자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접하고 혼란스러워했다. 백수오 관련 식품 207개 중에서 10개(4.8%)만 이엽우피소가 없는 안전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불신을 받고, 소비자는 헷갈려하는 이 같은 상황은 식약처가 자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백수오 복합추출물의 부작용 사례에 대한 학계의 보고가 잇따랐지만 식약처는 “백수오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며 무시해 오다 지난달 말 한국소비자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조사했다.

 박태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는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에 독성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 식용 가능 여부를 판정한 뒤 시중 제품을 평가해야 하는데, 여론에 떠밀려 조사하다 보니 순서가 뒤바뀌어 이런 혼란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 207개 제품 중 157개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김광엽 충북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가공식품(백수오 완제품 포함)은 제조 과정에서 열 처리를 하다 보면 (DNA가) 다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식약처가 쓴 방법으로 완제품만을 검사해 백수오냐 이엽우피소냐를 밝히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료를 함께 확보해 검사하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원료를 추적해 조사해야 하나 157개 중 40개(25.5%)만 수거하는 데 그쳤다. 식약처 관계자는 “두세 단계의 유통 과정을 따라가긴 했지만 오래전에 원료가 소진된 것도 있고 수거를 못한 것도 있다”며 “농민한테서 수거하기는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식품업체의 원료 구매 이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부터 했다. 김혜영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로트 번호(동일 제조 공정)별로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엔 이엽우피소가 들어가고 다른 것엔 안 들어갈 수도 있어 원료 구매 이력을 의무적으로 작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식약처는 전수조사 착수의 단서를 제공한 내츄럴엔도텍의 제품은 제대로 조사하지도 못했다. 양창숙 식약처 건강기능식품과장은 “157개 식품 중 내츄럴엔도텍 제품(추출물)을 사용한 45개의 원료는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 수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츄럴엔도텍은 이번 식약처 조사를 비켜갔다. 그 대신 원료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된 국순당은 된서리를 맞았다.

 배중호 국순당 대표는 “영주농협에서 매년 백수오 1000만원어치를 샀는데 가짜라고 하면 어떡하라는 이야기냐”며 “백세주 한 병당 백수오가 0.013% 들어가는 수준이고, 이게 다 이엽우피소라고 해도 연구 논문에 따라 인체에 유해하려면 하루에 백세주 170병을 먹어야 한다. 식약처가 무슨 저의로 이렇게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소비자 입장에선 백수오 제품을 먹어도 된다는 건지, 안 된다는 건지 헛갈린다. 식약처가 백수오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애매한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번 발표 이후 생산·유통되는 백수오 제품은 이엽우피소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생산하도록 할 예정이니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백수오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진행할 독성 시험에서 이엽우피소뿐 아니라 백수오를 같이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식약처가 곧바로 독성 시험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2년 뒤에나 나온다는 점이다. 먼저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시험물질로 조제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6개월이 걸리고 용량을 결정하는 예비 시험에 두 달이 걸린다. 쥐에게 반복 투여해 독성을 시험하는 데 1년, 전문가 보고서 작성에 4개월이 걸린다. 소비자들은 안전 여부를 아는 데 2년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식약처는 독성 검사를 하면서도 기본적으론 이엽우피소가 위해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혼란은 2년간 이어지게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이현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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