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오승환, 그 덕에 웃는 임창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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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한신 타이거즈 오승환 선수 右 NC 다이노스 임창민 선수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임창민(30)이 마무리 투수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주전 마무리 김진성(30)이 지난달 26일 오른쪽 종아리 근육 파열을 당하자 중간계투였던 그가 임시 소방수로 변신했다. 임창민은 25일 현재 18경기에 나와 벌써 세이브 9개를 올렸다. 이 부문 공동 4위다.

임창민은 지난 겨울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지독한 감기몸살로 중도 귀국했고,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2군에서도 그는 기복이 심한 피칭으로 애를 먹었다.

그 때 한 장의 사진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호신 오승환(33·한신)의 사진이었다. 지난 4월 20일 오승환과 걸그룹 소녀시대 유리의 열애설이 터져나오면서 오승환의 사진은 온갖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남들이 열애 기사를 읽을 때 임창민은 자료사진으로 함께 나온 오승환의 투구폼에 주목했다. 그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오승환의 투구폼이야말로 하체를 이용해 공을 던지는 이상적인 자세였다.

임창민은 "잘 안 풀릴 때는 다른 투수들의 투구 사진을 찾아서 보는 편이다. 얼마전 오승환 선배의 사진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상체가 최대한 늦게 나가는 자세였다. 투수코치님이 계속 그런 폼으로 던지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진으로 보고 나서야 확실히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승환의 투구폼을 따라한 뒤 거짓말처럼 임창민의 공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1군에 올라왔고, 이제 마무리 투수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57) NC 감독은 "임창민이 마무리 체질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임창민도 "중간계투보다 마무리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점수 차가 적은 접전 상황에서 막판에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임창민은 마무리가 편하단다. 그는 "중간계투진이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만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기 때문에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며 "나는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더 편하다. 이 때 타자들의 노림수는 뻔하다. 정확하게만 던지면 타자와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진성이가 돌아오면 내 보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라서 중간계투가 잘 맞는 거 같다"며 "내 목표는 항상 똑같다. 아프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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