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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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함민복(1962~ ) ‘부부’ 중에서

대학에서 강의할 때 『논어』에 나오는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는 공자 말씀을 쉽게 설명하려고 이 시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곤 한다. 제목은 ‘부부’지만 어디 부부에게만 한정되겠는가. 친구, 가족, 위아래 사람 등 모든 인간 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배려는 중요한 덕목이고 가르침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나의 편함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벌인, 이른바 ‘갑질’은 이미 도를 넘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리 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부끄럽지만 우리의 자화상이다. 배려의 마음 없이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천민자본주의 발상이 아니겠는가.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 최고다. 서로 배려하고 부지런히 소통한 결과라고 한다. 행복은 결코 물질적인 풍요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역지사지의 자세로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