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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원 주먹질에, 팬도 K리그도 멍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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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북 한교원(왼쪽)이 23일 경기 도중 인천 박대한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 [SPOTV 캡처]

프로축구 K리그가 폭력사건으로 얼룩졌다.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경기(전북 1-0승)에서 전북 공격수 한교원(25)이 전반 5분 인천 수비수 박대한(24)의 얼굴을 때려 퇴장당했다. 쇄도하던 박대한이 저지하려던 한교원을 뿌리치다 얼굴을 건드린 게 발단이었다. 발끈한 한교원이 곧장 박대한에게 팔을 뻗었지만 빗맞아 어깨를 쳤다. 한교원은 재차 박대한을 쫓아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이 모든 과정이 TV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도 본부석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소속팀의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 전북은 ‘경기 후 한교원을 인터뷰하겠다’는 취재진의 요청을 거부했다. 외려 ‘한교원이 잘못을 깨닫고 라커룸에서 펑펑 울었다’는 내용을 흘려 감성에 호소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단은 하루 뒤 비로소 자체 징계를 내렸다. 한교원에게 2000만원의 벌금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정한다. 연맹 상벌규정에 따르면 폭행의 경우 5~10경기 출장 정지와 5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교원의 경우 보복 폭행으로 고의성이 짙다는 점에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한교원의 돌발 행동은 국제무대에서 신사적인 플레이로 주목받던 한국 축구의 품격을 떨어뜨린 행위다. 지난 1월 태국 킹스컵에 출전한 심상민(서울)이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지난 7일에는 카타르 레퀴야 소속 남태희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알나스르전 직후 상대 선수에게 얼굴을 네 차례나 맞아 피를 흘렸다. 두 사건 모두 우리 선수들이 피해자였지만 감정적인 맞대응을 자제해 칭찬을 받았다.

 폭행 사건이 K리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홈경기 사상 첫 2만 관중(지난 5일 울산전, 2만13명)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지난 22일 전남과의 경기에서 제주의 상징색인 오렌지빛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하지만 한교원 사건으로 묻혀버렸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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