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견인구 1000만명 돌파 - 견공 '귀하신 몸'

중앙일보

입력


2006년 병술년 개띠해, 아니 '견공'의 해가 밝았다. 그만큼 요즘 개들은 '귀하신 몸'으로 대접 받고 있다. '개판'의 사전적 의미도 바꿔야 할 판이다. 푸념조로 얘기하던 '개팔자가 상팔자'가 현실인 세상이다. '애완견'을 넘어 '반려견'으로까지 신분상승한 견공들의 일상을 가상일기 형식으로 엮어보았다.

제 이름은 중앙이(♀. 5세). 비숑프리제 종으로 원래 고향은 프랑스예요. 우리 조상들은 귀족여성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으며 우아한 생활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돈많은 사람에 의해 미국으로 이주하게 됐고 제가 태어났지요. 지금은 한국에 이민와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답게 지구촌 인류 뿐 아니라 견류도 한가족이 되어가네요. 원래 이름은 '뷔셰'인데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한국식으로 개명했지요. 요즘 저의 최대 고민은 비만인데 추워서 '방콕'했더니 뱃살이 만만찮네요. 새해부터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기로 결심했답니다. 작심삼일은 안돼야 할텐데요. 아침은 생식으로 때웠습니다. 유기농 야채와 신선한 육류로 만든 고품격 웰빙식사라 다이어트에 아주 좋아요.

오늘은 특별한 나들이가 있어 부지런을 떨었지요. 혹시 '멋진 인연'을 만날 지 마음이 들뜨네요. 애견 테마파크에 가기로 한 날이거든요. 정전기 예방 샴푸로 목욕을 하고, 전용 드라이기로 털도 잘 말렸답니다. 은나노 스프레이로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죠. 피부에 좋고 냄새도 없애주는 은나노 함유 티셔츠와 캐시미어 목폴라 티셔츠 중 고민하다가 활동성이 좋은 은나노 티셔츠를 골랐어요. 버버리코트로 한껏 멋을 내니 동화속 공주견이 부럽지 않아요.

기왕지사 내친 김에 미용실에도 들렀습니다. 요즘 트렌드에 따라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머리결을 다듬었지요. 선물받은 루이뷔통 목걸이로 나들이 패션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이 정도면 시선을 한몸에 받겠지요. 테마파크는 산자락에 오붓이 자리잡았더군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100여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놀았습니다. 계곡을 개조해 우리 동족들만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을 보니 다가올 여름이 발꼽아 기다려집니다. 물론 전용 샤워장은 기본사양이지요.

집에 오는 길에 병원에 들러 정기 종합검진을 받았답니다. 일년에 한번씩 하는 연례행사지요.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은 다음 초음파 및 소변검사를 했습니다. 스케일링으로 이빨도 반짝반짝-. 옆방 백내장 수술을 마친 아저씨 개를 보며 '건강에 좀더 신경써야지' 다짐했습니다.

아! 벌써 땅거미가 지네요. 하긴 동지 지난지 한달도 채 안됐지요. 올핸 키가 쑥쑥 자랐으면 해요. 그래 저녁은 '성장용 사료'를 먹기로 했어요. 오늘 좀 무리한 탓인지 노곤하네요. 아로마 마사지를 한 후에 울로 만든 부드러운 이불을 덮고 휴식을 취해야겠어요. 내일은 옆집 둥이가 종합예방접종을 한다는데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놀러갈 참이에요. 참, 새해인사가 늦었네요.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望(망)~望(망)~望(망)~

(도움말 = 애견테마파크 JL하이랜드(031-798-1380), 펫프렌즈 동물병원(02-555-2272). )

* 한국애견협회의 의하면 애완견 수는 350만마리, 애견인구는 1000만명, 애견시장 규모도 연 1조 8천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인구 14명 중 1명은 개를 키우고, 5명 중 1명은 직.간접으로 개와 관련이 있다는 것. 애견시장이 질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개들의 귀족생활'이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헬스장.호텔.의류.종합병원.미용실.웰빙음식.베이커리.납골당 등 개전용 서비스업종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개옷도 브랜드가 있어 값이 천차만별이다. 1만~5만원이 보통이지만 명품은 10만~100만원을 호가한다. 한끼에 1만5000원짜리 웰빙 유기농 생식 등도 등장했다.

개가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관심사도 사람과 공유하는 추세다. 다이어트가 대표적 사례. 펫프렌즈의 김주민 부원장은 "개의 비만이 늘어가는 추세"라면서 "주기적인 운동이 필수다. 날씨가 춥다고 주인이나 개나 집에만 웅크리고 있는 것은 금물"이라 강조했다. 또 "가벼운 증세라도 무심코 넘겨선 안된다.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바로 진단 받을 것"을 당부했다. 개의 종합검진 비용은 20만원선. 1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JL하이랜드의 전명규 대표는 "새해에는 자기 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버려 모든 개가 사랑받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며 개띠해 소감을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