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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촌이라는 이유로 숨어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불합리한 가족법 때문에 실생활에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발표회가 27일 하오2시 여의도 여성백인회관 5층강당에서 열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주최한 이날의 가족법개정을 위한, 상담사례발표회에서는 3명의 피해자들이 직접 나와 자신의 고통을 눈물로 호소하며 법률개정을 촉구했다. 그밖에 구체적 내용별 피해사례 5건도 소개되었다.
동서동본 금혼조항에 묶여 피해를 보고 있는 김선숙씨(34 서울 상계동). 79년 현남편을 만나 5세. 3세의 두딸을 낳고 살고 있으나 혼인신고는 물론 주변사람에게 부끄러워 떳떳이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곧 학교에 들어 가야 할 아이들의 호적도 문제인데다 자신이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가족공제등 세금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혹 남편의 마음이 변할까 봐 늘 불안하기 때문에 단 한푼의 저축도 자신의 이름으로 해야만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남편과는 같은 광주 김씨지만 따져보니 78촌이라고 하더군요. 왜 우리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고 죄도 없이 숨어 살아야 합니까? 저희도 정식으로 인정받는 부부로 살고 싶습니다. 』고 호소했다.
이용식씨(35 창전동)는 동성동본인 전주이씨의 아내와 고통을 받아 오다 78년 1년간의 시한법으로 혼인신고를 끝내 구제된 케이스. 『저희 문제는 끝났지만 동성동본 금혼법에 너무 한이 맺혀 지금도 그 일이라면 뛰어나간다』고 설명.
한편 자녀의 친권이 부계위주인 현행 법률로 고통받는 경우는 강창숙씨(46 서울 잠실동). 그는 아내를 이용하고 금전적 정신적으로 고통만을 주는 남편과 이혼을 못하는 이유는 국민학교 1학년인 외딸 때문이라고 했다.
『현행법으로는 이혼하면 엄마는 친권이 없어함께 살아도 동거인이래요. 아이를 전학시키고 호적등봉 한통 때려해도 남편 도장이 싶어한게 현실이예요. 이런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법은 고쳐야 합니다.』
그는 국회의원 봉두완씨에게 현행 가족법의 개정을 탄원코자 보냈던 애절한 편지와 그로부터 받은 답장을 목이 멘채 읽어 듣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밖에 재산 상속상의 남녀 차별로 자신이 출가전 이룬 재산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김영자씨(47), 같이 쌓은 재산도 이혼배우자의 재산분할 청구권이 없어 부정한 남편과 이혼을 못하는 박혜숙씨(39)의 경우가 소개되었다.
서자입적은 남편의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혼인외 출생자가 장남으로 입적되어 고통받는 김미숙씨(41), 형식적인 호주제도 때문에 엉뚱한 불량배친척이 입적하려 하고 재산의 처분까지 제한받는 고통을 겪는 최신정씨의 케이스도 소개되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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