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고객들이 더 잘 알아봐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오일균(46.사진)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팀장은 "명품 판매는 경기 흐름보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말했다.

오팀장은 1990년부터 16년째 해외 명품을 들여 오는 업무를 해 명품소비의 기복을 잘 가늠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그는 "외환위기때와 현 정부의 출범를 전후한 2003년에 명품 매장이 가장 썰렁했다"며 "당시에는 명품소비층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98년의 경우 상류층은 고금리 덕분에 오히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금 모으기 운동'분위기 때문에 명품이 팔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99년부터 명품 판매가 회복됐고 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까지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그때 신용카드사용액이 급증한 이른바 '플라스틱 버블' 덕도 봤다고 했다.오 팀장은 최근 명품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부진했던 판매가 4분기 들어 품목별로 10~30% 늘었다"며 "특히 경기에 가장 민감한 제품으로 평가되는 보석류의 판매도 30% 가량 늘어 올해 명품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품고객의 쇼핑패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명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제조자와 고객"이라며 "고객들이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이 물으면 그때 다가가 필요한 정보를 설명하는 수준이란다.

고가의 수입 잡화일 뿐인 물건을 '명품'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다고 묻자 오 팀장은 "세심하고 꼼꼼히 만드는 정성만큼은 인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오 팀장은 "90년대 초반까지는 '럭셔리(luxury)'제품을 '사치품'으로 여겼으나 95년께부터 이들 제품이 '명품'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도 세계적 명품이 나와야 할 때"라며 "명품은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드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