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준비 모임 왜 이리 많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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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경기도 광명시 한 아파트 단지에선 올 상반기 시의 재개발예정구역 선정을 앞두고 재개발추진위 구성을 준비하는 모임이 6개나 생겼다. 이들 준비위는 현재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개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주민 50% 이상의 동의율을 먼저 확보해야 예정구역 선정 이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추진위 준비 모임 뒤에는 사업권을 따내려는 도시정비업체들의 경쟁도 있지만 시공권을 확보하려는 건설업체들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명 외에 부천.수원 등에도 추진위 준비위원회가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꼽히는 구역에 2~3개씩, 많게는 5개 이상 난립하고 있다. 수도권에 재개발 시공권을 노린 건설업체들의 물밑작업이 과열로 치닫는 데 따른 것이다.

업체들이 수도권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올 6월 말까지 재개발예정구역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인천과 경기도 내 수원.부천.광명 등 11개 시에서다. 이들 지역의 재개발예정구역은 최대 400곳으로 추산된다. GS건설 염중섭 부장은 "지난해 확정된 서울지역 재개발예정구역 299곳 가운데 사업성이 괜찮을 것으로 보이는 150여 곳에서 수주전이 끝나 수도권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추진위를 구성한 뒤 재개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미리 손을 쓰는 것이다. 지난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으로 직접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정비 업체를 지원해 추진위에 '자기 사람'을 심기도 한다.

J&K 백준 사장은 "업체들의 지나친 수주 경쟁은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져 사업이 혼탁해지고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기준을 마련 중인데 재개발의 경우 별다른 세부기준이 없다.

정부는 재개발 시공사를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사업시행 인가 이후 선정하도록 했다가 열악한 재개발사업 여건을 감안해 초기단계에도 가능하도록 지난해 관련 법을 바꿨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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