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체복무 권고 이후 '종교적 병역 거부' 첫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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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2월 26일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실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10월 충북지방병무청으로부터 11월 22일까지 춘천 102보충대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으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다.

안씨는 경찰에서 "성서에 '전쟁을 연습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어 이에 대한 신념으로 군대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씨 구속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석진 상임활동가는 "인권위 권고는 국가 인권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결정으로 국가기관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없는데도 관례대로 구속한 데 대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이석웅 판사는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병역 거부자는 실형 선고가 확실하기 때문에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올해 민.관.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공동체'를 구성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연구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시행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며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가) 우리에게 생소하고 기존 병역제도와 남북 문제에 중요한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사전에 준비를 잘해 연구하지 않으면 불확실한 요소가 나타났을 때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 '종교적 병역 거부'로 씁니다=본지는 그동안 종교적인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그러나 양심적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데다 자신의 종교적 교리 때문에 병역을 거부한 것을 양심적 병역 거부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종교적 교리를 내세워 입영 등을 거부할 경우 양심적 병역 거부 대신 종교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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