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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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 간첩 대책본부 발표에 의하면 24일 대낮에 대구시내의 식당과 미장원에 들어가 시민 2명을 살해한 후 음독 자살한 괴한은 북괴 무장간첩 이었다고 한다.
아직 잡히지 않은 잔당이 있어군·경이 추적하고 있으나 재범의 우려가 있어 긴장된다.
우리는 북괴가 하필 이때에 무장간첩을 남파한 소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재물자를 보낸다, 합영법을 만들어 서방 자본 국의 국가들과의 합작투자를 한다하여 평화제스처를 쓰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장괴한을 보내 우리 사회를 교란하려는 것은 세계와 우리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이같이 안팎이 다른 행동으로 미루어 우선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공산주의 투쟁방식의 하나인 타타담담 전술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것은 한편으로는 평화를 위장하여 공존을 선전하고 대화를 주장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장투쟁을 계속하여 상대방을 약화시킨다는 모택동 전법에서 나온 것이다.
북괴는 과거에도 이 같은 화전 양면전술을 계속해 왔다. 7·4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군사력이 20만명이나 증강됐고 새로운 장비가 대량 도입됐다는 자료들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또 하나는 북한의 집권층 안에 대화와 개방을 요구하는 온건론적 실리파와 군사적 모험주의 노선을 고수하려는 강경론적 교조파 사이에 심한 갈등을 빚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이번 사건은 온건파의 정책을 방해하려는 강경파들의 소행이며 무장간첩을 거느리고 있는 북괴군부는 강경파에 속해있다고 추정된다.
최근 휴전선 부근에서의 대규모 북괴군 이동도 온건정책에 대한 군부의 반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책임은 최고 권력자인 김일성 자신이 져야할 문제다.
지금 북한이 먼저 발의하여 추진되고 있는 적십자간의 수재물자 수수를 앞두고 이 같은 도발행위가 자행됐다는 것은 수재물자 수수 자체의 의미를 무색케 하기 때문이다.
누차 강조해 왔거니와 우리가 북적의 물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수재복구나 이재민 구조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대화와 교류를 트기 위한 하나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앞에서는 웃으면서 물자를 준다고 하고는 뒤로는 무장간첩을 보내 총질을 한다면 우리가 희망하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특히 김일성은 그같은 사건이 있을때마다 책임을 회피해온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6·25도발책임을 정적인 남노당에 씌워 숙청한 것은 접어두고라도 68년의 1·21 청와대 기습미수 사건도 자기 모르게 부하 책임자들이 저질렀다고 우리측에 변명한바 있다.
아웅산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책임을 부하들에게 미루고 있음이 제3국 방문객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또 한번 흙탕을 끼얹은 결과가 됐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평양당국이 져야한다.
특히 김일성은 또다시 하부에 책임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관계자를 엄벌하고 사과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은 도저히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은 더욱 경계를 강화하여 북괴무장간첩의 침범을 사전봉쇄 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잔당을 검거·섬멸하여 사회 안정이 유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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