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능력의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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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기 능력껏 땀 흘려 일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부당한 인간의 생활 자세다. 더우기 치열한 경쟁 속에 분업화한 현대산업사회에서는 노력과 능력이야말로 가장 최선의 덕목임에 틀림없다. 개개인의 능력이란 제각기 차이가 나는 것이고 그 능력에 따라 알맞은 직무와 직책이 주어지며, 각자가 그 직무와 직책에 충실함으로써 다양한 역할이 종합·조화돼 사회와 국가의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개인적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가 이러한 노력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투기로 요행을 잡으려고 날뛰는 사람도 있고, 부정·불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도 있다. 잔재주와 요령으로 지름길을 찾아 남보다 앞서려는 기회주의자도 있고, 사기와 공갈로 남의 재화와 지위를 강탈하는 부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왜곡된 가치관을 쫓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은 사회라면 이는 무질서하고 희망이 없는 병든 사회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성취되는 결과를 성공으로 만족하고·자부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를 점하는 사회는 건전하고 희망적인 사회임에 틀림없다.
중앙일보사가 창간19주년을 기념해서 실시한「한국인의 생활의식조사」를 보면 사회적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노력과 능력이 학력과 정신력보다 상위로 꼽혔고, 가문이나 인맥·요령 등은 하위는 물론 매우 낮은 비중을 갖는 것으로 지적됐다.,
능력을 갖고 착실하게 노력만 하면 성공을 하여 자기의 인생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고가 대다수 국민의 지배적인 의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빗나간 이기주의와 갖가지 부조리, 한창주의의 병리현상이 각종 범죄의 양상을 띠고 나타나고 있다.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의 문제도 상존하고 있고 인맥과 지연이 출세의 편법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국민의 인식은 이러한 부조리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해 버리는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고 노력과 능력의 종국적 우위성과 승리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질서가 격동기의 불안과 불신에서. 벗어나 신뢰와 안정을 회복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한 단면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희망적이고 건전한 국민의식이 더욱 굳건해지고 발전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도자들의 노력이 배가돼야 할 줄 안다. 최근에 있었던 여러 가지 비리들이 지도급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졌음에 깊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순리에 따르는 정치·사회질서, 경제의 균배, 공정한 인사 등 막힘과 숨김이 없는 당당한 정책의 수행과 수범이 이런 때일수록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국민의 의식을 선도해야할 입장이 오히려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도 덜도 말고「일한 만큼의 보답」이 있었으면 하는 말을 흔히 듣는다. 능력껏 노력하여 그에 상응한 소득과 대우를 받았다면 개인으로 보았을 때 성공이라 생각하건 안건 간에 사회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다만 건전하고 희망적인 국민의 의식을 흐트러 놓거나 배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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