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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복덩어리 ‘물 건너 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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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일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있는 5성급 리조트 호텔 ‘페어몬트 오키드’를 미국 대체투자 전문사로부터 약 2400억원(2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코할라 해변 약 13만2000㎡부지에 들어선 페어몬트 오키드는 하와이의 대표적 호텔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요즘 세계 각국의 대표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2013년 호주 시드니의 호텔 ‘포시즌스 시드니’를 38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워싱턴DC의 오피스빌딩(1801K 스트리트)을 4500억원에 사들였다. 높이 12층, 연면적 6만9000㎡에 달하는 이 빌딩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입주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금까지 해외 부동산 9개를 사들였다.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가치만 10조원에 달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도 완공도 되지 않은 빌딩을 미리 사들일 정도로 해외 우량 부동산 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건설중인 도이치뱅크 제2본사 ‘마인제로’ 빌딩을 3500억원(추정치)에 선매입하는 계약을 했다. 마인제로 빌딩은 3만4000㎡ 규모의 오피스빌딩이다. 국민연금은 신축완료 시점인 2016년 말 매입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올 3월에도 핀란드 연기금 바르마(VARMA)와 손잡고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대형 쇼핑몰 ‘스톡홀름 센트럼’ 을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스톡홀름 센트럼은 연간 1400만명이 방문하는 스웨덴 최대 쇼핑몰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4월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보름스에 있는 물류시설을 1500억원에 기관투자가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2012년 14조7000억원, 2013년 19조8000억원, 지난해에는24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과 금융투자회사가 주식·채권에서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금리 현상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의 우량 부동산 매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부문 사장은“국내 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세계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1년에 검토하는 국내외 부동산 매물은 30여건에 달한다. 최 사장은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도 대체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며 “요즘 해외 대체투자에 나서는 게 시장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금융사간 우량 부동산 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부동산 매입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릴 계획이지만 워낙 우량 자산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져 목표를 채울지는 불확실하다고 한다.

 최 사장은 이렇게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꼽았다. 그는 “대체투자는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덜하다”며“하지만 채권같이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다 나중에 주식처럼 가격 상승분에 대한 이득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부동산 투자로 투자자에게 두자릿수의 배당을 할 정도로 주식형 펀드 못지 않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 있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본사 빌딩을 카타르투자청(QIA)에 매각해 9600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현대증권은 2013년 8월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의 쇼핑몰을 인수해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 신주쿠의 요츠야빌딩을 65억엔(605억원)에 인수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사모펀드 형식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입주한 사무실에 투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장난감 레고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에 투자했다. 레고랜드는 춘천의 의암호에 있는 섬 중도에서 지난해부터 건설중이며 2017년 완공 예정이다. 이 곳이 완공되면 세계에서 8번째 레고랜드가 문을 열게 된다.

 KDB대우증권은 항공기로 눈을 돌렸다. KDB대우증권은 3월 국내 기관투자가와 7200만달러 규모의 항공기 투자 계약을 했다. 두바이 국영사인 에미레이트(Emirates)항공이 사용 중인 B777-300ER의 판매와 재임대(세일즈앤드리스백)에 투자했다. 이에 앞서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핀란드 항공이 사용 중인 A330-300에 2900만달러 규모의 투자에 성공했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장(이사)는 “대체 투자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항공기를 비롯한 대체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투자한 사례는 제한적”이라며 “지속적으로 대체투자 상품을 발굴해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에게도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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