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텔레파시로 통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준결승 2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2보(11~23)= 바둑판 위에 아로새겨지는 흑백의 향연을 지켜보다가 문득,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이 대국, 다른 한쪽에서 펼쳐지고 있는 김지석-스웨의 준결승2국과 진행된 형태가 거의 같다.

 김지석-스웨의 대국에선 좌하귀 화점 백돌이 A, 눈목자로 미끄러진 우하귀 흑돌이 B에 있을 뿐 똑같다. 사전에 그렇게 두자고 약속한 걸까? 하하 그럴 리는 없겠다. 다만, 복기나 연습바둑을 두며 의견을 주고받았을 수는 있겠다.

 가까운 프로들끼리는 대국이 끝나면 스스럼없이 아무 곳에서나 복기를 하며 의견을 구한다. 식당이든 술집이든 휴게실이든 가리지 않는다. 복기에 필요한 바둑판? 프로들에게는 그런 게 복기의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프로들은 머릿속에 바둑판을 하나씩 넣어가지고 다닌다. 거기에는 선명한 좌표가 있어서 ‘누구의 무슨 대국’하면 바로 입력과 복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대화. “거기서 끊으면 어떻게 해?” “빠져. 따라 내려서면 젖히고…”

 곁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 고승들의 선문답 같다. 아무튼 재미있다. 텔레파시로 통한 듯 같은 진행. 김지석의 바둑은 ‘참고도’와 같다.

손종수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