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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공부법을 공부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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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주말이면 종종 찾는 집 근처 북카페는 30~40대 손님으로 붐빈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공간에서 어른들이 책을 펼쳐놓고 집중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뭔가 뭉클하다. 무얼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지 궁금해 언젠가부터 주변 손님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숫자가 가득 적힌 금융 관련 문제집을 푸는 이는 자격증 시험을 앞둔 은행원인 것 같고, 전자사전을 옆에 두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여성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늦깎이 취준생?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싶어 긴장과 위안이 동시에 몰려온다.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이란 책의 기사를 쓰다 다시 한번 놀랐다. 일본 도쿄대 재학 중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30대 여성이 쓴 책. 대입을 앞둔 수험생이나 중·고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주로 구입할 줄 알았는데 정작 이 책을 많이 사는 건 30~40대 남자란다. 교보문고 집계를 보니 모든 연령대 중 40대 구매율이 31.8%로 가장 높았고, 남자가 17.4%로 여자(14.4%)보다 많았다. 30대 남자도 15%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의 남녀 비율은 45대 55 정도, 연령은 30대-20대-40대 순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자격증을 공부하는 샐러리맨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서점 측의 설명.

 평생 공부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경쟁은 치열하고 배워야 할 것은 많다. 그래서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은 하버드대 학생들의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 베스트셀러 저자가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책,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각 분야 얕은 지식을 모아놓은 책 등이 채우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읽는 법을, 글을 쓰기 전 쓰는 법을, 말하기 전엔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다.

 하지만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와 인터뷰를 하며 정작 와닿았던 건 “공부에 왕도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녀 역시 꾸준히 하다 보니 되풀이해 읽는 방법이 자신에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결국 본인의 성격과 생활습관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필자 역시 한때 서점의 거의 모든 연애지침서를 사들였으나 여전히 연애가 어렵고, 글을 잘 쓰고 싶어 각종 글쓰기 책을 탐독했지만 현재까지 이 모양이다. 그리하여 무엇 무엇을 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을 시간에 무엇 무엇을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부도 마찬가지일 터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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