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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노려 남편 청부살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돈 많은 약사의 후처로 들어간 20대 주부가 4천만원을 주고 청부 살해범을 고용, 남편을 살해한 후 재산을 가로채고 시어머니를 두 차례나 청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청부살해범 일당 4명과 함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북부경찰서는 21일 서울 미아 6동 688 누가약국 약사 김세용씨(35)의 아내 강영리씨 (29·서울 미아 5동 561의 2)와 강씨로부터 4천만원을 받고 강씨의 남편을 살해한 청부살해범 서지우씨(28·택시 운전사 서울 녹반동 4의 193), 청부살해를 도운 범인 서씨의 내연의 처 김봉금씨(23·충남 홍성군 장곡면 광성리 9) 와 조동현(30·운전사·서울 무악동 446의 1002)·유흥수(25·운전사·서울 진관내동) 씨 등 일당 5명을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범행모의>
강씨는 81년 부인과 이혼한 약사 김씨와 결혼, 3살과 1살 난 자녀를 두었으나 남편의 외도가 잦고 시머니 황소례씨(62)가 자신을 학대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시머니를 청부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강씨는 남편의 외도를 미행하기 위해 차를 대절하면서 알게 된 택시 운전사 서씨에게 지난해 6월 살인 청부금 4천만원을 주기로 하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씨는 범행 전에 서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5백만∼1천만원씩 모두 3천만원을 건네주었고 범행 후 서씨의 내연의 처 김씨를 통해 9백만원을 주었다.

<남편살해>
77년 운전면허를 따내 운전에 익숙한 강씨는 남편 김씨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며 1주일에 2∼3차례씩 밤 12시부터 상오 3시 사이 동네 주택가를 돌면서 청부살해범 서씨에게범행기회를 주었다.
강씨는 지난 7월 20일 상오 3시 10분쯤 남편을 태우고 서울 수유 1동 한식점「팔도강산」앞길에 이르러 『뒷바퀴가 이상하니 점검해 보라』며 차 밖으로 남편 김씨를 유인, 남편이 뒷바퀴를 점검하는 순간 대절한 서울 1너 7298호 승용차로 이들을 뒤좇던 서씨가 그대로 차를 몰아 김씨를 덮쳐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말 청부 살해범 서씨는 내연의 처 김씨를 시켜 약사 김씨를 『춤을 추러 가자』며 전화로 유혹, 서울 우이동 그린파크호텔 앞으로 불러내 빌은 승용차로 김씨를 치어 살해하려 했으나 김씨가 택시를 탄 채 약속 장소를 지나치는 바람에 범행에 실패했다.

<시어머니 살해 미수>
청부살해범 서씨는 지난해 9월 5일 상오 6시 40분쯤 서울 미아 5동 미양주유소 앞길에서 김씨가 경영하는 약국을 청소하러 가던 김씨의 어머니 황씨를 자신이 운전하던 서울 1아 1632호 포니택시로 치었으나 전치 2주의 상처만을 입힌 채 미수에 그쳤다.

<재산명의 변경>
강씨는 남편을 청부살해한 후 변호사에 의뢰, 약국 근처에 있는 23평 아파트와 집 근처의 일반 점포(9천만원 상당) 등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등기 이전시키기 위해 수속을 밟아 왔으며 약국을 직접 경영하면서 창고에 쌓인 약품 1억 5천만원어치와 약국 보증금 3천 5백만원을 차지했다.

<범행동기>
강씨는『본부인과 이혼한 김씨와 결혼했으나 남편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시어머니조차 구박이 심해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재산이 3억원 정도에 이르는 데다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적어도 1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노려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 사>
경찰은 교통사고 피의자로 성동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청부 살해범 서씨를 감시해 오던 중 서씨의 내연의 처 김씨가 면회를 와 『돈을 받았느냐』는 등의 말을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내 추적한 결과 약사 부인 강씨가 운전사 서씨에게 돈을 받지 않고 합의를 해주었으며 K은행 학동지점의 온라인구좌를 통해 서씨에게 2백만원과 5백 80만원을 각각 송금한 사실을 밝혀 내고 이를 추궁 끝에 지난 18일과 19일 강씨와 서씨로부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범인 주변>
주번 강씨는 고향인 전북 이리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로 올라와 서울 J대학 전자공학과를 1년 중퇴, 당시 동대문 근처에서 약국을 경영하던 남편 김씨의 약국 종업원으로 한동안 일했었다.

<피해자>
숨진 약사 김씨는 충남 서천 태생으로 목포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서울 K고를 거쳐 73년 서울K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졸업 후 동대문 근처에서 「누가약국을 경영해 오다 7년 전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는데 하루 매상액이 1백만원을 웃돌아 도봉구지역에서는 가장 큰 약국으로 알려져 있다. 3대 독자로 전처 사이에 5살 난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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