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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는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법원당국이 연도별로 발표하는 이혼건수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이혼상담 통계숫자는 이혼율이 해마다 높아져 가고있음을 보여준다.
「파스칼」은 우리 「인간」이 천사도, 동물도 아닌 「인간」이기에 이혼제도는 존재하고 또 필요한 것이라고 까지 지적하였다는데, 당사자로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 자녀가 받아야 하는 심리적 충격과 고통은 그 어떤 논리로도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저런 사유로 헤어지게 되는 부부들은 대부분 극도의 배신감 증오심 등으로 이 지면에 옮기기에도 힘든 욕설을 주고받으며, 한번 더 위자료문제로 극렬한 싸움을 치르면서 원수처럼 갈라서기 때문에 자녀문제는 뒷전으로 돌려지기 일쑤다.
외국의 어느 연구보고서는 비교적 나이가 들었을 때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장 후 반사회적인 문제아가 되기 쉽다고 하면서 이혼 후에도 자녀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과 접촉을 통하여 그들의 반사회적 일탈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그 자녀문제가 개인적으로 그들 장래에 미칠 영향도 영향이지만, 더 나아가 사회문제화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생각이 이르면 이혼을 하면서 자녀양육관계 등을 지나치게 외면하는 사례들은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살고있는 「래버·그롤먼」씨는 몇 해전부터 이혼식이라는 색다른 의식을 주관해 왔는데 날로 성업중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결혼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자녀와 가까운 친척 친구를 옆에 두고 서로 차마 할 수 없었던 대화를 나누며 결혼생활의 막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결혼식이 1남 1녀가 부부됨을 엄숙히 약속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의식으로 필요한 절차라고 한다면, 혼인하여 함께 살던 남녀가 다시 남남으로 돌아설때도 냉철한 자세로 이를 또 주위에 공시하는 방법으로서 이혼식을 갖는 것도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혼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욕설과 증오에 찬 모습이 아닌 대화와 절제의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 줌으로써 자녀들로 하여금 이혼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이해시키고 자녀의 장래를 함께 의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혼식은 자못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된다.
이혼은 부부관계만 해소시킬뿐 자녀관계마저 단절시키지는 못한다.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따라서 아버지, 혹은 어머니 어느 한편에서 키워져야하는 자녀가 받게 될 유형·무형의 고통을 어떤 형식으로든지 보상해 주는 부모다운 부모가 되기 위하여 부디 당사자들이 이성적이기를 당부하고 싶다. 또 합의이혼이든 재판이혼의 경든 자녀를 위한 최선의 현안을 강구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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