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집 사줘야 하니까" 중국의 남아선호사상 기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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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은행’ vs ‘초상(招商)은행’

각각 중국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로 큰 국유 상업은행이다. 수년 전부터 중국인들은 아들을 건설은행에, 딸은 초상은행에 비유했다. 아들 둔 부모는 결혼 전에 집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휘고 딸을 둔 부모는 투자 유치(초상)하듯 돈 있고 능력있는 사윗감을 고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다. 전통적인 중국의 남아 선호 사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긴데 이게 사실로 확인됐다.

루팡원(陸方文) 런민(人民)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6일 난징(南京)대학 경제학 포럼에서 ‘신경제시기의 자녀 성비와 부모의 행복감’이라는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의 10개 대도시 4309개 가정을 상대로 한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자녀들의 나이가 17~30세 사이에 접어들 때 부모가 갖는 행복감은 아들보다 딸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최근 인터넷 조사결과에서도 중국 부모들의 63.2%가 아들보다 딸을 낳았을 때 행복감이 더 높다고 답했다. 아들이 행복감이 높다고 답한 부모는 10%에 불과했다. 루 교수는 “아들은 경우 결혼 시 비싼 집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다 노년에 아들이 부모를 부양한다는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도시의 집값은 1㎡에 4만~5만 위안(약 879만원) 정도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우 1㎡에 7만 위안(약 1231만원)을 넘는 지역도 있다. 여성의 발언권 강화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인 가정의 80% 이상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발언권이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간 유행하던 ‘강한 여자(女强人)’라는 단어가 지난해부터는 ‘여장부(女漢子)’로 바뀌어 유행하고 있다. 루 교수는 “1100년이 넘게 지속한 중국의 전통적인 남아 선호 사상이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들의 의식 변화에도 성비 불균형은 아직도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남녀 비율은 115대 100을 기록했다. 세계 평균은 105대 100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2020년에 결혼 적령기 남성이 여성을 3000만 명 이상 초과,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인구전문가들의 경고다.

이 때문에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가 최근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태아의 성별검사나 인공유산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와 함께 관련 약품 생산이나 유통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서 불법기관 및 관련자 명단도 작성해 이들을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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