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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고 활기찬「젊은이 나라」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34년 만에 고국을 찾은 체코슬로바키아의 한국인 이기순여사(53)는. 한국을 전혀 모르는 땅「렌카·폴레스나」씨(26)·사위「빅토르·폴레스니」씨(36)와 함께 서울의 여러 곳을 들러보았다.
이 글은 이여사의 딸과 사위가 그동안 서울에 머무르면서「젊은 체코」의 눈으로 본 한국의 인상기다.<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한 체스코슬로벤스코(체코슬로바키아의 체코 식 발음) 다. 우리는 기후와 전통·풍속이 완전히 다른 지구 저편에서 왔다.
서울에서 이제 겨우 20여 일을 지낸 지금 한국에 대한 우리들의 느낌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도착 첫날부터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갔고 우리 또한 분주했다. 각 보도기관이 우리의 도착을 알렸는데 이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었다.
도착하는 날부터 생전 처음 보는 큰비가 내려 한강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신문과 TV를 보고 알았는데 우리가 부닥친 서울에서의 생활도 이와 같이 급작스런 것이었다. 한국에 대한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자니 우선 자기 자신을 먼저 똑똑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도착한 첫 소감은 놀람 바로 그것이었다. 폭풍과 같은 한국인 생활의 템포, 다이내믹한 생의 율동에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나는 한국인마다 모두 부지런하고 생명력이 넘쳐 보였다.
또 수천 년의 유구한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화의전통과 문화유산도 놀라운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맥맥이 흐르는 한국문화의 일관성과 아름다움에 놀랐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이러한 한국의 진면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있다.
미래를 향해 약진하는 힘은 어디서나 발견하고 느낄 수 있었다. 한국하면 젊은이의 나라라는 느낌이다.
박물관과 백화점 그리고 신문사와 방송국 등을 방문했을 때 여지없이 젊은이들이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슬기롭고 바람직한 일이냐. 나는 나라가 이렇게 젊은 힘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찬양한다.
아직은 서울밖에 보지 못했지만 매일 보는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있다.
한국은 아름답고 또 부유한 나라 같았다. 경복궁·남산타워 등 여러 곳을 둘러보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형서점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에도 서점은 많이 있지만 이처럼 규모가 크고 온갖 서적이 다 비치된 서점은 없다. 무척 부러웠다. 서울은 교통이 혼잡하고 차가 많아 처음에는 무척겁이 났다.
한국사람들은 상냥하고 친절했으며 낙관적인것 같다. 특히 한국여성들은 아름답고 고상해 보였다.
한국인은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요리를 즐기며 삶의 기쁨을 맛보는 그런 민족 같다. 특히 수백 년 된 한국의 옛 그림에서 한국인의 유머감각을 뚜렷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한국인의 성격은 우리 체코슬로바키아 사람과 상통하는 점이 많다. 우리는 이것이 한국과 체코슬로바키아 양국을 가깝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또 그렇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있다.
20일이란 정말 짧은 시간이어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느낌과 인상의 파편들을 차곡차곡 모자이크 해한 국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해보고싶은 일은 첫째 한국인의 일터와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싶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면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싶고 한국말도 배우고싶다.
한국에 머무르고있는 지금 우리는 무한히 행복하다.
아름답고 풍성한 한국의 모습은 이제 우리에겐 아름다운 경험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또 우리의 영혼을 풍부하게 해준다.
짧은 시간을 보낸 지금한국인 모두에게 감사드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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