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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왕이 된 날, 메시는 신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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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의 신(神)’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28·Lionel Messi)다. 그의 이름에 감탄사 ‘아(ah)’를 붙이면 별명인 ‘메시아(messiah·구세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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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는 1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2014-15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에서 후반 20분 골을 넣어 FC바르셀로나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바르셀로나(30승3무4패·승점93)는 2위 레알 마드리드를 승점 4점 차로 따돌리고 남은 한 경기에 관계없이 2년 만이자 통산 2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에서도 결승에 올라 트레블(treble·3관왕)을 눈앞에 뒀다.

 ‘라이벌’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는 이날 에스파뇰전에서 3골을 몰아넣었다. 45호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메시와의 격차를 4골로 벌리며 2년 연속 득점왕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호날두는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 그래서 축구팬들 사이에선 ‘호날두가 왕이라면, 메시는 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987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메시는 5세 때 축구를 시작했다. 어릴 적 별명은 ‘벼룩(la pulga)’. 10세 때 키가 1m27cm에 불과할 정도로 체구가 작았기 때문이다. 12세 때는 성장 호르몬 분비 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명문 리베르 플라테는 한 달에 900달러(약 100만 원)가 드는 치료비에 난색을 표하며 메시 영입을 포기했다.

호날두

 2000년 12월 바르셀로나 관계자는 레스토랑에서 메시 아버지를 만나 냅킨에 계약서를 썼다. 메시의 아버지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바르셀로나 관계자가 다급하게 즉석 계약서를 만든 것이다. 메시는 그 해 9월 입단테스트를 받고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었다. 이 냅킨 한 장이 세계 축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메시는 체계적인 호르몬 장애 치료를 받은 덕분에 키가 1m69cm까지 자랐다. 여전히 작은 체격이지만 메시는 대신 빠른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17세 때인 2004년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메시는 스페인 리그 최다골(284골), 한 시즌 최다골(50골), 최다 연속 경기골(21경기) 등의 기록을 세우며 ‘기록 제조기’로 거듭났다.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2009년부터 4년 연속 수상했다.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디에고 마라도나(55·아르헨티나)가 재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라도나는 현역 시절 약물중독과 폭행 등에 휘말리며 ‘악동’이라 불렸다. 반면 메시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적이다. 메시는 ‘순정파’다. 현재 연인 안토네야 로쿠소(28)는 고향 소꿉친구다. 키 1m55cm인 로쿠소는 대학에서 영양학을 전공하고 체육교사로 일했던 평범한 여성이다.

 메시는 ‘의리남’이기도 하다. 맨체스터시티, 첼시 등 잉글랜드 부자구단들의 거액 러브콜을 뿌리쳤다. 메시의 오른팔에는 스테인드글라스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이 문신에는 바르셀로나를 향한 그의 애정이 담겨있다. 메시의 문신을 담당하는 로베르토 로페즈에 따르면 스테인드글라스(그림 유리판)는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다. 로페즈는 “메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처럼) 바르셀로나의 상징으로 남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연꽃 문신은 진흙 속에서 깨끗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어떠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바르게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메시는 올 시즌 스페인리그에서 41골,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0골·5도움을 기록 중이다. 호셉 과르디올라(44) 바이에른 뮌헨(독일) 감독은 “메시를 막을 수비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공격수 출신으로 네덜란드령 퀴라소 감독인 패트릭 클루이베르트(39)는 “메시는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고 극찬했다.

 메시가 이루지 못한 유일한 꿈은 월드컵 우승 뿐이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2006년과 2010년 월드컵 8강에서 탈락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4골을 넣으며 결승행을 이끌었지만 연장 끝에 독일에 0-1로 졌다. 메시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에 앞서 메시는 다음달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트레블’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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