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레깅스 등 몸매 드러나는 옷차림의 여성만 골라 도촬한 20대 남성 무죄 판결

중앙일보

입력

레깅스 차림이나 스키니진처럼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만 골라 도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유모(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씨는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지하철ㆍ엘리베이터 등지에서 49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주로 스타킹과 스키니진, 레깅스 등을 착용한 여성들의 다리를 촬영했다. 여성들은 검은 스타킹에 구두를 신고 지하철에 앉아 있거나 레깅스를 신은 채 길거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등 다양한 포즈였다. 유씨는 주로 지하철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성들의 하반신을 촬영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 답십리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모씨(23ㆍ여)의 상반신을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진은 유씨가 여성의 하반신 외 다른 신체부위를 찍은 유일한 사진이었다. 유씨는 재판에서 “전씨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었으며 나머지 사진은 패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서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유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면서도 “문제된 각 사진의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단순히 의심스러운 촬영 의도나 피해자의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관적 감정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성의 옷차림이 선정적이거나 노출 정도가 심한 경우가 없다”며 “신체 특정 부위를 특정각도에서 부각해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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