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World] 50년간 한국 면적 6배만큼 사막이 늘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중국 북서부 내륙의 땅이 거북 등처럼 갈라져 있다. [중앙포토]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사막과 사막화의 해'라고 해요. 유엔은 1959년부터 세계가 주목해야 할 이슈를 선정해 '세계 ○○○의 해'로 선포하고 기념해 왔어요.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1975년 '세계 여성의 해', 2001년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 2003년 '세계 물의 해'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세계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거나 곰곰이 새겨야 할 주제를 그 해의 화두로 던지는 것이지요. 올해의 주제는 2003년 제58차 유엔 총회에서 정해진 거예요. 사막화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어떤 피해를 가져오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1 왜 '사막화의 해'로 정했나요

유엔은 사막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구 환경 파괴를 경고하기 위해서 올해를 '사막과 사막화의 해'로 정했습니다. 토지가 황폐해져서 더 이상 경작지나 목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사막화예요. 생명이 자랄 수 없는, 죽은 땅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빌리자면 "사막화는 지구 환경의 파괴를 알리는 가장 강도 높은 경고"랍니다. 사막화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가 공유하자는 것이 올해를 '세계 사막과 사막화의 해'로 정한 취지입니다.

2 얼마나 심각한가요.

유엔은 이대로 가면 전체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사막화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어요.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우리 나라 국토 면적의 6배가 넘는 65만㎢가 모래땅으로 변했다고 해요. 사막화의 진행은 갈수록 빨라져 최근에는 해마다 6만~10만㎢의 농토가 사막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요. 사막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인구는 2억5000만 명, 영향권에 있는 인구는 100여개국에 10억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막화는 건조 지대에서만 일어나는데, 지구 육지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47.2%가 건조 지대예요. 이곳을 삶의 기반으로 하는 인구도 20억 명에 이릅니다.

3 특히 심한 지역은 어디인가요.

사막화는 국가의 빈부와 속한 대륙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이 중 가장 정도가 심한 곳은 아프리카예요. 아프리카 대륙의 3분의 2가 사막이거나 건조 지대예요. 대부분의 나라들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고, 가난한 데다 혹독한 가뭄이 자주 찾아왔기 때문이에요. 북부 아프리카의 튀니지, 중부의 말리, 남서부의 나미비아 등 사막화 현상이 대륙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어요. 아시아에서는 중국 북서부 내륙 지방의 사막화가 특히 두드러져요. 중국은 국토의 27%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해마다 서울의 4배가 넘는 2500㎢의 땅이 사막화되고 있어요. 이 지역에는 4억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경제적 손실만 연간 65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 밖에 아라비아 반도와 남미, 유럽 남부와 호주, 미국 서부도 사막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크게 보기>

4 어떤 피해를 가져오나요.

사막화의 피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해요. 토지가 생산성을 잃어 식물이나 농작물이 자랄 수 없게 돼요. 농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가축을 키울 수 없게 되면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지겠지요. 식량과 물이 없으면 생활이 고통스러워질 거예요. 영양 실조, 배고픔, 질병과 심할 경우에는 굶어 죽기도 합니다. 갈등과 충돌을 불러오기도 하지요. 가난하기 때문에 토지를 무리해서 사용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러다 보면 농토가 황폐화되어 농사 짓기 적절치 않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지요. 유엔은 사막화로 인한 농업 생산량 손실이 해마다 420억 달러(약 42조33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5 사막화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사막화의 원인은 크게 자연 재해와 인간의 활동, 두 가지로 봅니다. 비바람에 노출되어 침식된 표토는 바람이나 폭풍에 씻겨 내려가 토양의 성분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현상의 하나로 가뭄이 지속되면서 사막화가 일어나기도 해요. 과거에는 장기간 가뭄이나 건조기가 찾아와도 쉽게 회복됐지만 지금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토지가 빠른 속도로 생산성을 잃어 버려 회복이 잘 안 돼요.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토지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경작, 과도한 방목, 무분별한 산림 벌목, 관개 수로 불량 등으로 땅을 혹사시키는 거지요. 이 밖에 인간의 무지와 실수,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도 사막화를 불러와요. 사막화는 사막 주변에서 발생하기 쉽지만 주변에 사막이 없어도 사막화가 진행될 수 있어요.

6 예방이 더욱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국제 사회가 사막화 방지에 힘을 쏟고 있는 거예요. 유엔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개발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제안에 따라 국제 차원에서 사막화를 퇴치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했어요. 이후 여러 차례 협상을 거쳐 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막화방지협약(UNCCD)을 채택했지요. 사막화 방지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해요. 관개 시설을 만들어 고부가가치 작물을 생산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기술을 개발해 토양의 침식을 막자는 거예요.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나무를 심는 조림 사업이에요. 중국에서는 황사 피해를 막기 위해 대규모 방풍림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7 유엔의 계획은 어떤 건가요.

유엔은 '세계 사막과 사막화의 해'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 알제리 환경 장관 셰리프 라마니, 불가리아 축구선수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를 홍보대사로 임명했어요. 스토이치코프는 세계인의 공통된 언어인 축구를 통해 사막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겠다는 각오예요. 알제리는 올해 중 사막화.이주.안보를 주제로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프리카의 산림 녹화 사업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은 마타이도 사막화에 대한 인식 높이기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박현영 기자

◆ 사막화(Desertification)

유엔이 내린 정의는 '건조 지대에서 일어나는 토지 황폐화' 현상입니다.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 제1조에 규정되어 있어요. 건조 지대는 건조(arid), 반 건조(semi arid), 건조한 반 습지(dry sub-humid) 등 세 단계로 나뉩니다. 구별 기준은 연간 강수량과 대기로 증발하는 수증기량을 근거로 산출한 건조지수예요. 보통 강수량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연간 강수량이 250mm 이하면 건조, 250~500mm면 반건조, 500~750mm면 건조한 반 습지로 봅니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거나 사막화의 위험이 있는 지역은 일반적으로 사막 주변에 위치한 약간 습한 지역입니다.

◆ 토지 황폐화(Land Degradation)

건조 지대의 농지.목장.목초지.산림.임지가 생물학적 또는 경제적으로 생산성을 잃거나 생산성이 줄어드는 것을 말합니다.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 바람이나 물에 의한 토양 침식, 사람의 잘못된 토지 이용 등으로 토양이 파괴되는 것을 말합니다.

◆ 사막화 방지 협약(UN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

기상 이변과 토지 남용 등으로 인한 사막화 현상을 방지해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 협정입니다. 협정은 법적 구속력 있는, 국가 간의 약속입니다. 유엔의 191개 회원국이 모두 가입해 있으니 명실상부한 세계적 규범이네요. 협약은 개발도상국의 사막화 방지 전략을 돕기 위해 정보를 수집.분석.교환하고, 사막화 방지 기술을 연구.개발해 이전하는 등 국제 협력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협약은 또 회원국에 일관성 있는 사막화 방지 전략을 세울 것과 이를 빈곤 퇴치 전략과 연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 방풍림

사막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심은 나무 숲을 말해요. 사막화의 원인인 심한 가뭄과 모래 폭풍, 토양의 침식 작용을 줄일 수 있어요. 중국에서는 2050년 완성을 목표로 세계 최대의 방풍림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사막화 현상이 두드러진 북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405만㎢에 걸쳐 조성될 예정이에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