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숙청 부인하지 않은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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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후 17일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은 대남 비방이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3일 밝힌 현 부장 숙청 및 처형 가능성에 대해 북한은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편집국 성명에서 "남측 보수 언론이 '숙청정치’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악담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숙청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현 부장이 숙청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적극 부인하지는 않았다. 모두 1459자인 이 성명에서 ‘숙청’은 이 한 부분에만 등장했다.

성명은 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최고존엄(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훼손하는 악담질을 계속하면 멸적의 불소나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반발하고 있다"(14일 이북도민 간담회),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15일 스승의 날 기념식)라고 한 발언에 대한 반응이었다. 성명은 이러한 남측의 움직임이 “극악무도한 특대형 도발”이라며 “강철포신들이 격동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현 부장이 지난달 30일 숙청된 뒤 처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나 북한은 17일이 지나도록 숙청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각 매체에서 현 부장의 사진ㆍ영상을 삭제하는 소위 ‘흔적 지우기’ 작업도 하지않고 있다. 이와 관련 남북관계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7일 “흔적 지우기에 나서면 잔인한 처형을 인정하는 셈이 돼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며 북측이 현 부장의 모습을 일부러 삭제하지 않고 반응을 살피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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