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출국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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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방문길에 오르기에 앞서 본인은 이 자리를 빌어 예기치 않았던 집중호우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삼가빌면서 슬픔에 잠긴 유가족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폭우로 불의의 재난을 당한 수재민 여러분들이 국민과 정부의 정성어린 노력으로 하루속히 따뜻한 보금자리를 다시 찾아 며칠 뒤로 다가온 중추절의 기쁨을 온국민과 함께 하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흔히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가깝고도 먼나라」로 불러 왔다.
대한해협의 물줄기 하나를 사이에 둔 지척의 이웃이면서도 우리 나라 국가원수가 일본을 공식방문한 일이 없다는 사실이 그러한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피해자로서 쓰라린 과거를 잊기 어려운 감정이 우리의 가슴속에 아직도 앙금처럼 남아있음을 본인은 잘 알고있다.
『스스로를 책려하기에 급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탓할 겨를이 없으며, 현재를 준비하기에 급한 우리는 지난 일을 꾸짖고 나무랄 겨를이 없다』고 한 독립선언서의 한 구절을 본인은 이 자리에서 상기시키는 바이다.
세계는 지금 태평양의 시대와 아시아의 세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역사적 교훈과 소명에 부응하여 본인은 이번 일본방문에서 한일양국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참된 이웃이 되기를 희구하는 국민여러분의 의지를 일본국민에게 전하고, 두 나라 국민이 함께 마음을 열고 밝은 내일을 향해 전진할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
본인은 이번 방문기간 중 「히로히또」일본천황과 「나까소네」수상 등 각계 지도자들과 만나 양국관계의 새로운 미래상에 관하여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이다.
본인은 자유와 평화는 하나이며 서로 뗄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새기고, 우리가 모두 그러한 평화를 위하여 협력해야 한다는 이 시대의 엄숙한 요청을 일본 지도자들에게 강조하고자 한다.
아울러 70만 재일동포들에게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과 애정을 전하고, 그들이 「민족적 긍지를 가지고 안정되고 보람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본정부의 성의있는 협조가 있기를 요청할 생각이다.
본인은 그동안 북한공산집단의 선전에 기만당하고 있는 이른바 조총련계의 모든 동포들에게도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소망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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