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비노가 기득권?친노가 가졌지" 이용희 "DJ YS도 지분 나눴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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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의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 내용이 공개된 다음날인 15일 아침 새정치민주연합의 권노갑ㆍ정대철ㆍ이용희ㆍ김상현 상임고문이 서울 하얏트 호텔의 한 식당에 모였다. 그동안 당내 친노계와 거리를 둬 온 원로들이다. 네 사람은 당내 비주류를 '기득권을 지키고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당을 흔드는 사심' 세력으로 규정한 문 대표를 앞다퉈 비판했다.

동교동계의 맏형인 권 고문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지분문제가 아닌데 문 대표가 상황 인식을 우리와 다르게 표현한 것 같다”며 “절대 지분문제를 이야기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중도개혁신당 창당'을 주장해온 정 고문은 “책임 정치를 위해 (문 대표가) 그만두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롭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이 고문은 “문 대표가 이 상황이 지나면 대통령으로 곧 가는 줄 아는 것 같다. 웃기는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한 뒤 “사태를 수습하려면 (공천에 대한) 공정한 룰을 밝히는 게 보탬이 되는건데 ‘지분 나눠먹기'라니…, 김대중·김영삼도 한 건데 문 대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모임 중에 권 고문이 문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논의된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문 대표의 글 속에서 '지분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직격탄을 맞은 당내 비노계 의원들도 부글부글 속을 끓였다.

비노세력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며 참모들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한길계' 의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다만 공식 입장 발표는 하지않았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이 가까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표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가. 공천 이야기를 내가 한 적도 없고, 비노계 주류의 목소리도 아닌데 일부러 벼르고 있다가 건수가 생기자 나를 코너로 모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문 대표와 당 지도부가 만들기로 한 '초계파적 혁신기구'에 참여할지와 관련해서도 김 전 의원 측은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 주변에선 "정청래 의원의 '공갈' 발언에 이은 제2의 막말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 대표 책임론'을 주장해온 박지원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비노가 무슨 기득권을 갖고 있나. 기득권은 친노가 갖고 있다. 당을 수습하는 대표로서의 언행이 아니다”라며 “(발표하지도 않은 글이 밖으로 나간 것은) 친노들의 작전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문 대표와의 오찬 때 면전에서 '공천 혁신'을 주장했던 비주류 의원 모임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도 “이제 당 대표와의 진지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비노측 한 관계자는 "비노 진영이 부글거리고는 있지만 당장 당을 뛰쳐나갈 정도의 준비는 돼 있지 않다"며 "문 대표가 내놓는 당 혁신 구상 등을 지켜보면서 향후 대응전략을 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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