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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서울 중심 … 지방서도 활성화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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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선진국의 기준 중 하나는 기부문화의 수준이다. 기부문화는 한 나라의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양식 및 사고와 관련된 가장 높은 차원의 문화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출발을 시점으로 아름다운재단, 아이들과 미래, 한국여성재단, 환경재단 등 모금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재단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은 과거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던 불우이웃돕기 모금에 비해 다섯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성화돼 삼성.현대. LG.SK.KT.한화.교보.CJ.포스코.이랜드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지원 규모가 증가하고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도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과거와 같이 준조세적인 비자발적 성격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보면 지역적으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그리고 규모에 있어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제한을 보이고 있다. 비영리 민간재단 및 단체들이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되는 기부금 대부분이 몇몇 대기업의 성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는 수백 개의 지역사회재단이 있어 지역의 복지.환경.문화 등의 지원을 위해 기금을 모집하고 배분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재단은 2003년 현재 6만6398개가 있다. 그중 개인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독립재단이 5만8991개, 기업재단이 2549개, 운영재단이 4159개, 그리고 지역사회재단이 699개다. 특히 부유층 기부의 주체가 되는 독립재단의 경우 1990년 2만8743개였던 것이 불과 13년 만에 두 배 가까운 5만8991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부유층이 재단설립을 통해 자신들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많은 시민이 기부에 참여해 기부문화가 전 국민의 생활로 확산했음을 보여 준다. 미국에선 개인 기부금이 대부분이며 기업 기부금은 전체의 4.8%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모금액 중 기업 기부금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새해에는 국민소득의 증가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기부문화의 국민적 확산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양용희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