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짝했다는 소리 듣기 싫다" 자신과 싸움 중인 NC 나성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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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외야수 나성범(26)은 요즘 "괜찮냐"는 인사를 가장 많이 받는다.

나성범은 올 시즌 34경기에서 타율 0.266·3홈런·2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3일 서울 잠실 LG전에서도 1회 초 적시타를 쳤지만, 이후 삼진을 2개나 당하며 범타로 물러났다. 개막 후 서른 경기 이상을 치르는 동안 지난해와 같은 페이스를 찾지 못하자 주변의 걱정이 커진 것이다. 김경문 NC 감독도 경기 전 기자들에게 나성범의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성범이) 지난해 워낙 잘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져 그렇지 슬럼프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나성범은 타율 0.329·30홈런·101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2년 NC에 입단하기 전 만해도 나성범은 대형 왼손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김 감독을 만나 타자로 전향한 이후 3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시즌 중반을 넘을 때까지 활약이 이어지자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혔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군 문제도 해결했다. 지난해 말 2억 2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4년차 연봉 공동 2위에도 올랐다. 지난 3월에는 득남 사실과 함께 올 시즌 후 결혼 계획도 발표했다.

좋은 일 뒤에 찾아온 슬럼프는 나성범을 더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조급해 하면 안 되는데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며 "1년 반짝했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를 악물었는데 생각처럼 안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나성범은 특타를 자청하고 나섰다. 홈 경기가 끝나면 그라운드에 다시 나와 열심히 방망이를 돌린다. 원정 경기가 있을 때도 배팅 게이지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고 있다. 그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놔두면 된다. 곧 괜찮아질 것"이라면서도 걱정하는 눈치다. 지난 8일 창원 롯데전에서 나성범이 두 타석 연속 루킹 삼진을 당하자 바로 교체를 했다. 중심 타자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실망을 드러낸 것이다. 나성범은 "작년에도 분명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 같은데 올해는 아직 그게 안 된다"며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안다. 잘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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