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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며느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 불광동에서 일어난 한 가정의 불행은 많은 일을 생각하게한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학대에 못 견뎌 자살했다는「사유」도 사유러니와 동네 주민이 상가에 몰려들어 6시간이나 며느리를 규탄했다는 대목이 보통일이 아니다.
한 가정 안의 일을 제3자가 이러니 저러니 참견하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이나 오죽하면 동민들이『내일처럼』들고 일어났을까 하는 점도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그건 이런 사태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의 반영이고, 그런 비리와 비정을 어느 결엔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흔히 고부문제가 우리 가정문제의 고질이라고 하지만 이번처럼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문제도 간단치만은 않다.
그 문제는 결국 오늘의 가족제도의 문제도 된다.
82년 유엔은 「세계사회정세보고」에서 핵가족화, 이혼에 의한 가정 붕괴현상은 선진국만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족수는 80년의 시점에서 선진국이 3·1인, 개발도상국이 5인, 그리고 세계평균이 4·3인이었다. 전체적으로 가족수의 감소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그건 어느 면에서 가정내 노인의 이탈현상을 반영한다.
50, 60세 이상의 가구주가 7할을 점해「적막한 노인부부」가정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인의 외로움과 가족의 마찰을 함께 해소하는 길은 없을까. 일본인들은 5가지 가족생활 형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첫째는 동거. 2대 또는 3대가 함께 사는 고전적 가족형태다. 우리의 대가족처럼 한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는 식이다. 그건 친밀감은 유난하지만 때때로 과밀 공해 때문에 마찰이 일어나는게 흠. 둘째는 분거. 한지붕 아래지만 가계나 부엌을 따로하고 출입구도 달리해 독립생활을 누리게해서 인기가 있다. 세째는 별거. 친밀성이 약해지는 흠이 있다. 네째는 접거. 같은 부지 안이나 이웃에 접해 사는 방식으로 오가며 들른다. 다섯째는 산거. 같은 마을이나 멀지않은 거리에서 일상교류할수 있게 사는 방식이다.
어느 것이나 장단점이 있지만 중요한건 가족들의 마음가짐. 함께 살면서 원수보듯 하기보다 멀리 떨어져서도 마음으로 걱정하고 자주 접촉할 기회를 갖는게 오늘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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