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년기획중산층을되살리자] 中. 한국 중산층 확대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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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국제대학원 류상영 교수는 "빈곤층과 상류층이 모두 증가해 중산층이 계속 줄어드는 유형에 한국이 속한다"고 진단한다. 특히 빈곤층 증가의 폭이 상류층 증가의 폭보다 크다. 빈곤층이 더 많이 늘면서 중산층이 축소되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중산층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우리와 다른 것은 상류층 증가의 폭이 하류층 증가의 폭보다 크다.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한 계단 올라가면서 중산층이 줄어드는 구조다.(미국식 모델)

프랑스.유럽은 빈곤층이 감소하는 구조다. 상류층은 많이 늘지 않는다. 빈곤층이 감소한 만큼 중산층이 늘어 안정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유럽식 복지모델) 중산층을 살리려면 이런 미국식 모델과 유럽식 모델을 바탕으로 한국에 맞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미국식 모델에 따르면 중산층은 시장원리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경제 활성화를 꾀해 중산층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미국식 모델의 장점은 경쟁의 원리가 작동하는 '효율성'이다. 반면 단점은 이런 모델로는 경쟁에서 낙오돼 바닥으로 떨어지는 계층을 막을 수 없다.

복지모델을 채택한 유럽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높은 세금과 재정 적자를 통해 계층의 양극화를 억제하고 경제적 평등을 인위적으로 만든다. 문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식 모델과 유럽식 모델의 양 극단을 극복하자고 나온 게 '제3의 길'이다. 제3의 길은 적극적인 복지와 성장을 통해 중산층의 기반을 강화하는 생산적 복지(welfare to work)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보수↔개혁' 또는 '분배↔성장' 등의 논쟁에서 벗어나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꾀하려 한다.

예컨대 성장을 위해 법인세는 낮추고, 형평을 위해 재산세는 올리는 선별적 전략을 취한다. 류상영 교수는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한국은 '미국식 모델'을 우선 채택하고, 이어 '유럽식 모델'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계층구조를 단시일 내에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사회안전망 확충과 신산업 창출로 상류층을 늘리고(미국형), 다음 단계로 생산적 복지와 기업활동 지원을 통해 빈곤층을 감소시켜야(프랑스.영국형) 한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최종적으로는 상류층은 증가하면서 빈곤층이 감소하는 호주 유형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어렵다면 '빈곤층 감소, 상류층 감소'를 통해 중산층을 확대하는 영역으로 가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경제부 정경민 차장(팀장).김종윤.허귀식.김원배.김준술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정책사회부 정철근 기자, 산업부 윤창희 기자, 사건사회부 손해용 기자, 사진부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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