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께 숙청’ 콕 집은 국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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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정보원은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을 ‘4월 30일경’으로 보고했다. 시기를 특정한 셈이다. 현영철 숙청은 물론이고 구체적 숙청 방식(고사총 사격 등)도 공개했다. 총살 가능성은 ‘첩보’로 분류해 사실로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북한 권부 핵심층의 내밀한 신상 변화를 손바닥 보듯 자신 있게 국회에 보고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국정원 측은 “나름대로 ‘다양한 경로’로 정보와 첩보를 입수해 일정 기간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북 소식통들도 “국정원이 ‘현영철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다양한 경로’로 입수한 뒤 정밀하게 분석을 진행해 숙청됐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이나 대북 소식통들이 전하는 ‘다양한 경로’ 속엔 휴민트(Humint·대인정보)로 불리는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채널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정원이 이날 정보위에 “현영철이 4월 30일경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 명의 고위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가 있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상황을 보고한 것도 휴민트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런 채널로는 탈북자나 북한을 드나드는 조선족 사업가, 북한에 거주하는 중국인 화교인 조교(朝僑) 등은 물론 북한 내부에 심어 놓은 특수요원도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보위 주변의 얘기다. 통신 도·감청이나 인공위성 등 첩보 장비를 이용하는 시긴트(Sigint·신호정보)도 중요하고 유용한 채널이다. 국정원은 이런 시긴트를 통한 정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현영철 숙청 판단, 특히 처형설은 아직 사실로 확정하기 다소 이르다는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과 더불어 대북 정보의 또 다른 축인 군 정보 라인에선 “우리 쪽은 현영철 숙청에 관해 포착한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영철이 김정은의 기록영화에 지난 11일까지 등장했는데도 국정원은 숙청·처형됐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숙청된 간부의 흔적은 기록영화 등에서 지워왔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 총살 사실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아 총살해 놓고 기록영화에선 삭제 안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국정원은 김정은이 고모 김경희(69) 노동당 비서를 지난해 5월 독살했다는 미국 CNN방송의 보도(12일)를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국정원은 “김경희가 지난 1월 평양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첩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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