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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3000억 부실 투자’ 강영원 자택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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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영원

한국석유공사에 1조3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부실 투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의 자택을 12일 압수수색했다.

석유공사의 투자자문사였던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면서 당시 자문에 참여했던 김백준(75)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아들 김모(47)씨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MB맨’인 김 전 기획관 주변 조사를 시작으로 전 정부 실세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강 전 사장 자택과 석유공사 본사 등에 수사관 30여 명을 투입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월 강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장 재직 때인 2009년 10월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계열사 날(NARL) 가격을 3133억원 부풀려 인수해 손해를 끼친 혐의였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2008년 8월) 취임 이후 석유 부문의 인수합병(M&A)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는 당초 수익성 악화로 부실해진 날을 인수 대상에서 배제했다가 강 전 사장 지시로 막판에 포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10월 15일 “날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6일 만에 날을 포함시켜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시장 가격으로 주당 7.3달러였던 날의 지분을 주당 10달러로 평가해 1조3700억원에 사들이는 조건이었다.

이후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날을 미국 투자은행에 매각했다. 회수 금액이 329억원에 불과해 석유공사는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검찰은 당시 투자자문사였던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인수 대상인 하베스트에서 제공한 수치를 제대로 실사하지 않은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메릴린치 측은 하베스트 가치 평가에 참여한 다른 투자자문사가 낮게 평가했던 항목 대부분에서 하베스트에 유리하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지난 3월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석유공사와 사전 계약에 따라 약 84억원을 성공 보수로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서울지점 임원이던 김백준 전 기획관 아들 김모씨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MB 집사’로 불릴 정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검찰은 하베스트 측에 유리한 평가가 나오도록 강 전 사장과 메릴린치 측이 공모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키로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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