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연극평론가·성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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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극계사상 처음으로 6개월 공연정지 처분을 받은 연우무대의 마당극『나의 살던 고향은』은 현실풍자라는 마당굿의 속성과 현행 공연법이 빚어낸 충격이라 볼 수 있다.
80년대의 한국 연극문화는 사실 마당극을 주축으로 전개되었고 우리의 자생적인 이 연극사조와 양식은 제3세계나 구미 연극운동과 맞설 수 있는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당극은 한국민의 고유한 민중정신의 발로라는 입장과 사회운동인양 미화시키는 안목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어 마당극 자체의 기능에 회의를 던져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통적인 민속·가면극이 양반이나 파계승의 풍자,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반영했다면 마당극은 해학과 비판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제 등 환경 전반에 대해 두루 시선을 보내고있다.
그 점에서 공해풀이 마당굿을 통해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한 연우무대의 공연을 하나의「현실」로 받아들인 것은 아무래도 과잉반응인 듯 싶다.
그 「놀이」는 극장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놀이판은 현실이 아닌 까닭에 거기에서는 숱한 허구가 시적 상상력으로 꾸며지고, 결말과 비어가 난무할 수 있고 마당극의 즉흥성 때문에 정해진 대본에서 엇나갈수도 있는 것이다.
가사의 개작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공해방지를 위해 무엇인가 우리가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그 공연을 관람한 것이 솔직한 나의 고백이기도 하다.
민족의 정기를 좀먹는 외래사조·부정부패·비인간화현상 등은 바로 한국의 전통연희를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마당극은 연우무대의 스타일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연극을 통한 전통적 굿놀이의 현대적 수용이 위험시되고 그래서 그 실험들이 좌절된다면 그건 우리문화의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번 공연정지처분이 마당극 전반에 대한 곡해의 산물이 아니기를, 그러므로 연우무대의 과중한 처벌 또한 융통성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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