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들 연말연시 어떻게 보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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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각국 정상에게 연말연시는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책을 읽고, 스키를 타고, 여행을 떠나지만 머릿속엔 새해 정국 구상이 가득하다. 관저에 틀어박혀 지친 심신을 달래는 정상도 적지 않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일 애완견을 데리고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연말연시 휴가를 떠났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고 전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생애를 기록한 '소집 나팔이 불 때(When Trumpets Call)'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생활상을 담은 '제국의 보병들'을 읽는다고 한다. 백악관 측은 "부시 대통령은 역사광이자 독서광"이라고 강조했다. 부시는 자신의 취향대로 자전거 타기와 잡목 손질 등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새해에 어떤 정국 반전책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2~26일 알프스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겼다. 하지만 연말연시에는 베를린에 머물 예정이다. 내년 1월 중순 있을 미국.러시아 순방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아시아 지도자들의 연말연시는 단순한 편이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만 국내의 한 휴양지에서 수영.서핑 등을 즐기고 있다. 나머지 정상들은 대부분 '관저 체류'형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9일부터 1월 3일까지 총리 관저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새해 첫날 일왕에게 인사하는 것 말고는 공식 스케줄이 없다. 예년처럼 잠깐 시간을 내 오페라 또는 가부키(일본 전통극) 공연장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층들은 연말을 맞아 번갈아 가며 지방을 돌고 있다. "어려운 인민들과 늘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다. 후 주석은 13, 14일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칭하이(靑海)성을 다녀왔다. 후 주석은 음력 설인 춘절을 앞두고 한 번 더 지방을 돌 계획이다.

하지만 중동권 지도자들은 연말 휴가와는 거리가 멀다. 현지 정세가 하도 급박한 탓도 있으나 양력 설을 쇠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장병으로 입원 중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만 '휴가'를 공개적으로 쓰고 있다는 말이 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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