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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조원 … 미국 기업 쌓아둔 현금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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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 기업이 사상 최대 현찰 방석 위에 앉아 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에 따르면 금융업종을 제외한 미국 기업이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은 1조7300억 달러(약 1888조원)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이 중 상위 50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1조1000억 달러에 달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구글·화이자·시스코시스템스 등 5개 회사가 쥐고 있는 현금은 그 절반가량인 4390억 달러였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은 현찰 1100억 달러(약 120조원)를 쥐고 있었다.

 게다가 해외에 쌓아둔 현금은 크게 늘어났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지난해 해외에 쌓아놓은 현금은 1조1000억 달러(약 1202조원)였다. 전체 현금보유액의 64%다. 전년도(9500억 달러)에는 전체의 57% 수준을 해외에 묻어뒀다.

 무디스는 “해외에 보유한 현금을 본국으로 들여올 때 붙는 세금이 워낙 높은 데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기업들이 현금만 쌓아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이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들여오면 3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저금리도 현금의 해외 보유를 부추기고 있다. 해외에 있는 돈을 들여오는 데 드는 비용보다 채권 금리와 대출 이자가 더 싸다 보니 인수합병(M&A)이나 배당·자사주 매입 등에 필요한 비용을 채권 발행과 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AT&T·애브비·MS 등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뀔 수 있다. FT는 “금리가 오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한 주주의 압력도 커지고 있어 기업의 현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기업은 올해 1조 달러 규모의 주주환원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의 M&A와 설비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발표된 M&A는 1조4000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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