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안 돼 원금 손실 위험 신용등급 높은 증권사에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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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RP(Repurchase agreement·환매조건부채권)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대의 초저금리에 실망한 은행 고객들이 RP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소식이다. RP는 증권사가 나중에 되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상품이다. 판매기간은 짧지만 이자가 연 3~4%에 달하는 특판형이 주류다.

 RP의 가장 큰 장점은 환금성이다. 고객은 증권사로부터 채권을 사서 보유하다가 만기가 되면 되팔아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구조다. 증권사는 기존 보유 채권을 유동화할 때 RP를 활용할 수 있다. 보유 채권을 팔고 현금으로 바꾸면 또 다른 투자재원을 만들 수 있다. 증권사는 RP로 조성한 자금으로 안전한 국고채나 은행채에 투자한다.

증권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지만 않으면 고객이지정한 날에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대기자금을 굴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금리 연 3.0~4.0% 제공

R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증권사는 KDB대우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2013년부터 ‘그곳에 가면 특별한 혜택이 있다’는 슬로건 아래 RP 특판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 신규 고객과 자산 이전이나 추천 상품을 매수하는 고객에게 최고 4.0%의 파격적인 금리를 적용한 RP를 제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1만3000명의 고객에게 1조2000억원어치를 팔면서 52주 연속 매진이란 진기록을 남겼다.

 올해도 KDB대우증권은 이 같은 RP 특판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추천 상품에 가입하거나 타사의 유가증권을 KDB대우증권으로 이동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매칭RP는 매월 500억원 규모로 판매된다. 연 3.5%며, 최대 5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KDB대우증권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은 만기 3개월, 연 3.0%짜리 RP가 매주 100억원씩 제공된다. 가입 금액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다.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3500만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라면 재형저축 RP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재형 RP는 연평균 4.0%의 이자를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라는 장점 외에 중도 환매할 때 금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김희주 이사는 “점점 더 내려가는 예금금리에 대비해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올해도 RP 특판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윳돈은 약정 기간 길게

RP 투자는 안전하지만 판매 증권사의 신용도를 무시할 수 없다.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부도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KDB대우증권은 신용등급이 AA+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 RP에 가입할 때 이런저런 조건이 붙어 있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우대금리를 주는 대신 소비자에게 다른 상품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게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 투자기간을 유리하게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필요 없는 돈이라면 약정기간을 길게 잡는 것도 방법이다. 금리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 환매 때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판 RP나 약정형 RP 같은 경우 중도 환매할 때 금리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

글=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eo.my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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