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원로의 안타까운 투병|전 연·고대총장 백락준·유진오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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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의 양대 명문사학을 이끌어온 원로 백락준 연세대명예총장 (89·국정자문위원)과 유진오 전고려대총장(78·국정자문위원)이 삼복의 불볕더위속에서 투병중이다. 국운이 쇠잔해가던 망국의 시대에 태어나 민족의 암울한 시기를 거치면서 교육·문화·종교·사회·국제·정계에서 우뚝한 업적을 남긴 두 거목.
아직도 여러분야에서 이들의 높은 경륜과 깊은 지식이 요구되는 싯점이어서 후학은 물론 모든 국민이 두 원노의 쾌유를 받고있다.
용재 백락준박사(서울이태원동44의63) 가 입원한 연세의료원 851호실은 LA올림픽의 금메달 소식도, 삼복의 불볕 더위와도 격리된듯 출입문 복판에 『주치의 허락없이 면회 절대 엄금』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몸의 왼쪽 반신 이 마비된 상태이나 현재 의식도 뚜렷하고 심장과 맥박이 아주 정상적이므로 크게 적정할 지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워낙 높은 나이 때문에 마음이야 몹시 무겁지요』
의료진·가족·친지등 10여명과 함께 병실을 지키던 부인 최이권여사 (79·전YMCA회장)는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지만 중병은 아니라며 애써 평온을 되찾으려했다. 그러나 백박사는 용태가 나빠져 7일 하오8시쯤 중환자실로 옮겨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백박사가 뇌졸증(일과성 뇌순환부전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진것은 지난1일 상오7시쯤. 이날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아래르 내려오다 20cm높이의 침대밑으로 쓰러지면서 마비증세를 보였던것.
『최근까지 매우 정정하신 편이었는데 사고전날 귀가길에 정원에서 지팡이를 떨어뜨리면서 넘어져 25m거리를 맨손으로 걸어 들어오시더니 온몸에 기운이 빠진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나 저넉식사는 보통때와 다름없이 했고 잠자리에 들기직전에는 늘 하던 습관대로 최여사와 서양장기인 다이어먼드게임을 3차례나 하느등 평상시와 크게 달라진게 없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박사는 워낙 고령인데다 고혈압과 당뇨병증세를 보여왔고 과거에도 몇차례 가벼운 뇌졸증을 일으켜 치료를한적이 있었기때문에 의료진은 긴장하고 있다. 의료원측에서는 24시간 의료진을 고정배치, 튜브를 통해 약물·음식등을 공급하면서 뇌파검사등을 실시해왔으나 지난6일밤부터는 일시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해 초조해하고 있다.
주치의 김기환박사(신경내과)는 『1차고비인 1주일은 무사히 넘겼으나 다음의 결정적인 고비인 2주일째를 잘넘겨야 안심할수 있다』며 이를 위해 전 의료진이 최선을다하고 있다고 전했다.<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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