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슈|해묵은 중동전쟁에 새 평화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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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23일 실시된 이스라엘의 총선결과 집권 리쿠드당에 신승을 거둔 노동당의 「페레스」당수가 「헤르조그」대통령으로부터 차기정부의 수상으로 지명되어 조각에 착수함으로써 이스라엘정국에 새로운 변화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물론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 정치제도에서 수상지명이 곧바로 집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총선후 새로 형성된 정치세력 판도상 「페레스」수상지명자는 44석의 노동당 의석에다 최소한 17석의 의석을 더 확보해야만 크네세트(의회)에서 안정다수세력을 구축, 신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노동당도, 리쿠드당도 쉽게 과반수선인 61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된것이 총선 후 현재의 이스라엘정치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군소정당들이 거국연정의 필요성을 들고 나와 어느쪽에의 확고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기때문.
군소정당중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국가종교당 (NRP) 의 경우 대통령의 「페레스」 수상지명을 원칙척으로 환영하면서도 리쿠드당 참여없는 새로운 정부구성은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군소정당들의 태도는 양대정당으로 하여금 거국연정을 구성토록 하는 압력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헤르조그」대통령도 수상지명과 함께 양대정당의 연정을 촉구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양대정당도 이같은 현실을 직시해 거국연정의 필요성에 동의는 하고 있지만 문제는 누가 수상자리를 차지하느냐 하는것이다.
일단 첫번째 수상지명을 노동당수가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리쿠드당이 끝까지 양보하지않고 「페레스」가 주어진 42일안에 군소정당들의 지지획득에 실패, 61석의 안정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회는 리쿠드당의 「샤미르」현수상에게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우익보수노선의 종교정당들로부터 지지를 받고있는 리쿠드당이 오히려 유리한 입장에 놓여진다.
바로 여기에 「페레스」수상지명자의 고민이 있고 리쿠드당이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같은 복잡한 정치협상-이를 데면 이스라엘언론들이 제안하듯이 「페레스」가 거국연정에 성공하려면 외상·국방상등 요직을 리쿠드당에 약속하든지, 아니면 노동당일부에서 거론되는 「수상직 윤번제」같은 새로운 제도를 채택하든지하는 정치협상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정국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문제는 거국연정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예루살렘문제를 제외하고 서로 방향을 달리하는 대아랍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다.
대아랍강경 정책을 고수해온 리쿠드당과는 달리 노동당은 정치적 협상을 통해 대아랍문제를 해결한다는 온건노선을 걷고 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그랬듯이 국내경제가 연간 4백%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등 겅제위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 리쿠드당의 대아랍 강경정책 때문이라고 공격해왔다.
「베긴」-「샤미르」수상으로 이어지는 77년이후의 리쿠드당정부는 요르단강서안과 가자지구등 아랍 점령지에 이스라엘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고 톡히 82년6월에는 북부국경지대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실로 레바논을 침공, 지금까지 2만여의 이스라엘군을 남부레바논에 주둔시켜 60억달러의 막대한 재정을 소모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1백30만의 아랍인이 거주하고 있는 요르단강서안과 가자지구등 아랍점령지에 l백여개의 정착촌을 건설, 3만여명의 이스라엘인을 거주시키고있다.
노동당은 남부레바논의 이스라엘주둔군을 3∼6개월안에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고 점령지에서의 정착촌건설을 중지시킨후 아랍측과 정치협상을통해 현안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중동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갖고있다.
성도인 예루살렘문제는 노동당집권시인 지난67년 제3차중동전을 통해 점령한 이래 합법정책을 고수해오고 있다.
결국 노동당의 계획은 중동문제를 82년6월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으로 요르단과 미국 측의 환영을 받고있다.「레이건」미행정부는 82년9월1일 요르단의 주도아래 요르단강서안에 제한적인 팔레스타인자치권을 허용하는 평화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 평화안은 요르단주권아래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연계시키는 것으로 이스라엘의 당시 「베긴」수상정부와 팔레스타인민족의 대표기구인 PLO로부터 다함께 거부됐었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정치협상의 결과 온건정책을 내세우는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하면 이러한 중동평화안은 새롭게 거론되어 중동평화를 이룩하는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 예루살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협상과 그 결과에 따라 이스라엘국내경제문제는 물론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형성되어온 중동문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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