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김원기" "드디어 「금」땄구나"…시민들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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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LA하늘에 처음으로 태극기가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그토룩 고대하던 올림픽금메달이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2kg급 김원기선수(22·상무소속)의 목에걸리는 순간 체육관을 메운 응원단은 물론 l백만 재미교포는 환성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전파를 타고 국내에 승전보가 전해지자 전국은 환호에 휩싸였다. 88올림픽 개최국으로 올해 사상최대규모의 선수단을 보낸 한국의 첫금메달은 무더위속의 시원한 소나기처럼 전국민의 가슴을 후련하게했다.
【함평=박근성기자】『내아들이 세계에서 l등이라니 꿈만 같습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2kg급에서 세계정상영광의 금메달을 딴 김원기선수의 어머니 정일예씨(64)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정씨는 김선수의 출전을 앞두고 30일간 금식기도를 올렸다며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한다』고 했다.
김선수가 준결승에 오르면서부터 35가구 온동네 주민들이 모여들어 만세를 부르는등 잔칫집이 돼버린 전남함평군대동면백호리보화촌 김선수의 고향집에서도 가족·주민들이 라디오중계로 금메달 소식이 나오자 모두 일어나 얼싸안고 춤을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정씨와 큰형 김원산씨(46·함평농지개량조합직원)부부등 가족들은 마당에 평상·멍석을 펴놓고 몰려든 이웃·진척들을 맞아 함께 기쁨을 나누며 어쩔줄 모르고 있다.
김선수의 결승진출이 확정된 2일아침 평소 김선수가족이 다니던 마을 백호교회에선 1백여명의 교인들이 모여 우승을 기원하는 예배를 올렸다.
『개천에서 용났어. 우리마을에 이런 경사가 처음이여』마을노인 정종환씨(65)는 젊은사람들을 시켜 돼지를 잡고 마을잔치를 준비중이라고했다.
이마을에서 김선수는 75년에 작고한 아버지 김유호씨와 어머니 정씨사이의 3남3녀중 막내로 태어나 국민학교 중·고등학교를다녔다.
『그놈 어려서부터 힘이 좋았어. 운동을 하면서도 집안농사일 거들고 교회 열심히다니고 성품이 착해서 위아래서 다사랑을 받았으니까….』
『태능선수촌에서 5백일간 강훈을 마치고 출국직전 집에 전화를 걸어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오겠다」고 덤덤하게 말하더군요. 어딘지 믿는 구석이 있구나 했지만 이렇게 우승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못했습니다.』
형 원산씨의 말.
원산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이 영광을 보여 드리지못하는것이 한』 이라고했다

<국군 체육부대 이병 육군, 환영행사 준비>
김선수는 지난 3월10일 육군에 입대, 현재 국군 체육부대소속 이병.
육군은 김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육군 이병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기뻐하며 김이병의 귀국때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하는 한편 정호용참모총장은 즉각 김선수의 어머니 정일예씨에게 『김이병을 훌륭히 키워주신 노고에 육군 전장병과 함께 충심으로 감사드린다』 는 축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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