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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금지 4년 참고서 "홍수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30일로 과외공부가 금지된지 4년이 지났다. 과외금지 4년 이후 중·고교생들의 학습풍속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요즘 학생들은 쏟아져나오는 각종 참고서의 홍수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너무 많은 참고서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과 노력낭비가 심각하다. 과목당 평균 대여섯권의 참고서를 가지고 있으나 한권도 제대로 못보고 마음만 불안해 오히려 학습능률은 떨어진다.
시중에 나와있는 참고서의종류와 양은 엄청나다. 자습서 (해설서)와 문제집으로 크게 나뉘는 참고서는 중학생용이 4백60여종, 고교생용은 무려 l천4백여종에 이른다. 이른바 주요과목인 국어·영어·수학의 경우 고교참고서는 줄잡아 50여종류. 수학의 경우 「수학의 정석」 「해법수학」「일류수학」「하이라이트수학」「정복수학」「비법수학」「뉴우에이스연구수학」…비슷한 내용의 책들로 이루다 헤아릴수 없을 정도.
학력고사대비, 영어문제집을 사러왔다는 하모양(17·H여고3년)은 『집에 영어참고서5권이 있으나 실제로 보는건 1권뿐』이라며 『친구들이 다른 참고서를 보면 그것을 또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 참고서가 나와 인기가 있으면 불안한 마음에 일단 사놓고 본다는것.
한권에 평균 3천원씩 하는 참고서 구입 비용 또한 상당하다. 고교 3년생의 경우 20개과목의 자습서와 문제집을 제대로 갖추려면 10만원이 웃돈다.
참고서 가운데 과외금지 이후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른바 학원교재. 세칭 일류대입학원으로 치는 종로·대성·정일·한샘학원등의 교재가 인기다. 이러한 현상은 재학생들의 학원출입이 금지되자 학교수업만으로는 불안해진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즐겨찾기 때문.
최근 대입논술고사 시행발표 이후 서점에는 벌써 10여권의 작문참고서가 나왔다.
수험용 카세트 교재 또한 불티나게 팔린다. 외국어 회화교육붐을 타고 등장한 영어듣기시험대비 교과서카세트에 뒤이어 각과목별 카세트가 대거 등장했다. 고교용 카세트교재는 현재 80여종, 중학교용은 60여종에 이른다.
논리적 사고력과 응용력을 요구하는 수학과목까지도 이미 5종류의 카세트교재가 나와있다. 이들 수험용 카세트를 녹음한 저자는 대부분 입시학원의 강사들.
최근 대입논술고사 계획이 발표되자 벌써 국민학생용 대상으로 한 글짓기 카세트가 나올 정도로 카세트교재붐은 대단하다.
수학교사 고모씨(36·K고교)는 『직접 생각하고 풀어봐야하는 수학에 카세트가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카세트교재의 값은 평균 5만원선. J수학I교재의 경우 테이프 20개에 7만원. 19개에 이르는 고교용카세트를 전부 사려면 거의 1백만원이나 든다.
서울 H여고 3학년의 경우 한반에서 10여명 정도가 한두과목이상의 카세트교재를 갖고있다. 한모양(17) 은『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들었는데 곧 싫증이 났다』며 지금은 거의 듣지 않는다는것.
배우는 학생들에게 참고서는 필요악이다. 문제는 어떤 참고서를 선정,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에대해 일선교사들은 ▲우선 학교수업에 충실하고▲과목당 자습서1권, 문제집1권정도를 준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공부하는게 실력향상의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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