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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 동조않은동구권에 열띤 박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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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4로스앤젤레스올림픽의 찬가 『우리 모두 손을 잡자』가 「비키·매크루」의 노래로 울려퍼질때 언어와 의상, 인종파 국적을 달리하는 1백4O개국의 남녀선수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정감넘친 군무(군무)를 펼쳤다.
할리우드의 명장「데이비드·L·울프」가 기획한 올림픽개막쇼는 이 한편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그의 기량을 한껏 발휘했다.
28일(현지시간)하오 장장 4시간 가까이 따가운 햇살에 시달린 관중은 일시에 피로와 지루함을 씻고 깊은 감동을 느꼈다.
『인생에있어 가강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투쟁 그자체이듯이 올림픽에선 이기는것보다 참가하는것이 가장중요하다』-거대한 전광판에 새겨진 올릭픽현장의 머리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았다.
『올림픽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추구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용기를 주는 터전이다. 그것은 곧 청소년의 꿈이요 이상이다. 그리고 이것이 평화다.』
현대 올림픽의 거인인 고「브런디지」IOC위원장의 명구도 연상되었다.
오스카상 한번에 에미상35회, 그리고 골든 글로브상 6회를 수상한 울프 프러덕션의 솜씨는 충분히 발휘된셈이다.
그러나 울프쇼가 피날레에 이를때까지 한국기자는 내내 곤혹을 느껴야했다.
온갖 말썽과 우여곡절 끝에 세계 1백40개국의 선수단이 입장할때 미국관중은 몹시 박수에 인색했다. 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83년 애드먼턴(캐나다) 유니버시아드와 카사블랑카(모로코) 지중해 연안국게임때는 그렇지 않았다.
이날의 개막식전에서 미국관중이 예외적으로 큰박수와 환성을 보낸 국가는 루마니아·유고슬라비아·중공등 공산권국가였다.
그들이 소련이 주도한 올림픽보이코트에 동조하지 않은데 대한 찬사와 존경의 표시였던듯.
그러나 미국관중은 하계올림픽 첫출전의 중공보다 루마니아와 유고에 더욱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미국관중의 최대의 환대는 이들 공산권말고도 영국·캐나다·프랑스·호주·뉴질랜드등 그들의 뿌리가 있는 국가에도 쏠렸다.
성화최종주자들이 그렇듯이 그라운드엔 유색인종도 판을쳤지만 로스앤젤레스거리에 그렇게도 흔한 흑인이 이날 LA메모리얼콜리시엄의 스탠드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미국시민의 선별적인 관심표명이 정치성과 인종적편견에서 비롯된 것일까. 기분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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