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투명성 크게 개선 다양한 상품 팔게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금융권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저축은행에도 수익증권 등 다양한 상품의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김유성(사진) 회장은 27일 저축은행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저축은행에는 최근 자금이 몰려 예금 잔액이 35조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는 보험설계사에도 수익증권 판매를 허용하는 마당에 서민에게 시중은행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에만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를 막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우려가 컸지만 최근 들어 경영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이제는 저축은행이 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저축은행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관련, 김 회장은 "저축은행이 금리경쟁을 하면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스스로 무덤을 파게 된다"며 "제 발등을 찍는 출혈경쟁은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는 대신 저축은행의 기능과 역할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김 회장은 기대했다. 그는 "저축은행 대출의 67%가량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저축은행들은 11월부터 우리은행과 제휴해 시험적으로 4개 중소기업에 추가 대출을 해줬다"며 "시중은행이 다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줄 만큼 저축은행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신용이 부족해 필요자금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이런 부분을 저축은행이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저축은행이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익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국고금 수납대행, 정책자금 취급, 수익증권 판매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호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는 데 대해서는 "덩치가 커지면 위험이 높아지겠지만 투자기회가 많아지게 될 것이므로 저축은행업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