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안갚음’을 하는 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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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까마귀는 효조(孝鳥)로 불린다. ‘안갚음’을 하는 새라는 뜻이다. 이밀이란 자가 조모 봉양을 이유로 진(晉) 무제가 내린 벼슬을 사양할 때 올린 글에서 이 까마귀를 예로 들었다. 부화한 뒤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자란 까마귀는 노쇠해 더는 사냥이 힘든 어미에게 보은의 의미로 먹이를 가져다준다는 것. 자식이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 말인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유래다.

 반포지효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안갚음’이다.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말한다. 네이버 한자사전에 까마귀를 달리 부르는 말인 ‘효조’를 앙갚음할 줄 아는 새로 풀이해 놓은 것은 잘못이다. “안갚음에 대한 전통적 기대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처럼 쓰인다. 자식에게 베푼 은혜에 대해 안갚음을 받는 일은 ‘안받음’이라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갚고 받고 하는 ‘안’은 마음을 일컫는다. 예전에 ‘안’은 마음을 의미했다. 이때 ‘안’은 부정의 뜻을 지닌 동음 부사와 구별하기 위해 길게 발음한다.

 우리에겐 ‘앙갚음’이란 말이 익숙하다. “뒤차가 경적을 울렸다며 끝까지 따라가 앙갚음을 한 남성이 기물 파손 혐의로 기소됐다”와 같이 보복(報復)의 의미로 사용한다.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주는 게 ‘앙갚음’이다.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안갚음’으로 잘못 표기하면 전혀 엉뚱한 뜻이 돼 버린다.

 ‘품갚음’이란 말도 있다. 남에게 도움 받은 것을 그대로 갚는 것을 일컫는다.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는 ‘품갚음’인 셈이다.

 남에게 진 신세나 품게 된 원한 따위를 그에 상당하게 돌려주는 일을 ‘갚음’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그것을 잊지 않고 받은 그대로 돌려준다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 ‘대갚음’이다. ‘되갚음’으로 쓰는 이가 많지만 ‘갚음’에 한자 ‘대할 대(對)’ 자가 붙은 말이다. “보응(報應)은 착한 일과 악한 일이 그 원인과 결과에 따라 되갚음을 받는다는 뜻이다”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대갚음’으로 고쳐야 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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