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어나는 사립대 적립금 학생 위해 투명하게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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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학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살림을 한다. 기부금과 국고보조금 등이 보태지지만 등록금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은 당연히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원한다. 등록금 씀씀이도 알 권리가 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대학의 기본 책무다.

 지난달 24일 법원이 등록금을 학생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적립금으로 쌓아둔 수원대 측에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한 이후 대학생들의 ‘교육주권 찾기’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당시 법원은 수원대생 50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30만~90만원씩 반환하라”고 선고했다. 학교 측이 건물 신축 등을 위해 적립금을 부당하게 운영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은 등록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실험·실습 교육을 받았다는 게 요지였다. 2013년 기준 수원대의 적립금은 3367억원으로 전체 4년제 사립대 중 4위다. 하지만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는 0.25%로 바닥권이다. 등록금으로 재단과 학교 측의 배만 불린 꼴 아닌가.

 이 같은 수원대의 몰염치한 행정에 대해 법원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자 다른 대학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엊그제 경희대·이화여대 등 10여 개 대학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은 부당한 적립금 쌓기를 중단하라”며 “교육여건 개선에 소홀한 대학은 집단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주권 찾기 움직임에 대학들은 전전긍긍이다. 미래를 위해 적립금이 불가피하다거나, 등록금 동결 여파로 쌓아둘 여유조차 없다고도 한다. 물론 일리도 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사립대의 적립금은 8조원이 넘는다. 2009년 등록금 동결 이후 오히려 1조원 이상 불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대학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등록금·적립금의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증빙·감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2의 수원대’를 막아야 한다. 대학의 주인은 재단·교직원이 아닌 바로 학생이다. 주인에게 등록금 혜택이 직접 돌아가도록 재정 운영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