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 극심한 불황에 〃신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단행본출판사들에 비상이걸렸다. 주로사회과학서를 출판해온 30∼40개출관사들이 최근 극심한 불황을 맞고 있다. 70년대 이후 겹치는 악조건하에서도 활발히 출판활동을 펴온 이들 신흥출판사들은 지난 6월이래 20∼30%의 판매감소를 보이고 있다. 한여름이란계절탓만으로 돌릴수없는,출판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중이다.
그 첫째는 공급과잉이다. 이들 출판사들은 번역서·논문모음집등을 중심으로 지난5∼6년사이에 5백∼6백권의 사회과학서를 펴냈다. 최근 2∼3년 사이만도 2백여권을 쏟아놓은 실정. 이런 출판활동 자체가 시장을 넓혀 놓은것도 사실이나 이제 공급과잉 상태를 맞고 있다. 확보된 독자들마저도 새로운 입맛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시장의 장식. 이들출판사들의 고객인 학생·지식인의 상당수가 새롭게 등장하는 출판물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학생사회에서심하다.
새 출판물이란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청년·노동·농민 문화단체들의 기관지들. 이들 단체들은 민중문화운동협의회·노동자복지협의회·가톨릭농민회·각지역산업선교회등 전국적으로 50∼60개 단체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50∼1백페이지 정도의기관지를 팸플릿 또는 무크지 형식으로 펴내고 있다.
보통 수백∼수천부까지 찍어내며 1부에 3백∼1천원에 판매한다. 재판을 찍는 경우도 있다. 내용은 그 단체의 활동내용과 함께 관련정보의 수집과 평가, 정세분석, 전문논문까지 싣고 있다.
여기에 각대학에선 지난 봄학기 이후 자율화의 물결을 타고 이른바 「자유언론지」들이 책이나 타블로이드판의 신문형태로 쏟아져나와 학생들을 고객으로 잡았다. 1부에 1백∼3백원 정도.
이런 상황을 맞아 출판사들은 학생층을 중심으로 한, 상당량의 구매력을 상실했으나, 이들 운동형태에 대응할만한 기동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년 이래 계속되는 월간·계간 잡지들의 창간홍수, 비화폭로작전으로 나오는 윌간지들의 극성도 그나마 남은 독자들 마저흐트러뜨리는데 거들고 있다.
이런 출판시장의 변화에 대해 출판인 K모씨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출판사들은 멀지않아 문을 닫게 될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타개책으로서 『하루빨리 분화, 전문성을 살리는 출판사로 키워나가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L모씨도 『이제 내용도 상황적 측면에서 탈피, 구조적 측면으로의 출판 소재개발로 전환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근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