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우석 전략은 '만들 때까지 만든 척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만들 때까지 만든 척하기' 전략=미국 조지아주에서 발행되는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26일 황우석 교수가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능력을 갖고 있는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가 채택한 '만들 때까지 만든 척하기'(fake it 'til you make it) 전략 때문에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최소한 25명의 과학자 경력에 흠이 가게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황교수 파동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국제 공동체 뿐만 아니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영웅에 굶주렸던 한국민들에게 충격을 갖다주었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는지 또는 만들 수 있는 지,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 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은 조사결과가 나올때 까지 기다려야 하겠지만 황 교수와 관련된 증거들은 그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진실의 조작이라는 것과 함께 그가 한국의 보배(golden child)라기 보다는 한국의 탕아(prodigal son)로 드러날 지 모른다는 점을 예측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황 교수가 성취 드라이브와 일 때문에 맹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같은 맹목적성은 무대위에서 받은 각광 뒤에 숨은 어둠을 가리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사태는 과학적 투자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하는 점과 함께 오류 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휘둘리기 쉽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과학에서 최첨단(cutting edge)이라는 말은 '유혈의 날(bleeding edge)'과 같다는 말이 있다"면서 "이는 선두 개척에 내재하고 있는 커다란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며 황우석 파동에 대해 동정적인 입장도 개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어떠한 어려움과 도전이 있더라도 진실성과 윤리는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 두가지야 말로 과학자들이 실패에 대항하기 위해 가져야할 가장 강력한 방어물"이라고 강조했다.

◇"황우석 신화 붕괴는 한국 민족주의와 무관치 않아"=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27일 황 교수가 다섯살 때 부친을 여의고 유일한 재산인 소로 생계를 이었으며 "소의 최고 권위자가 되겠다"는 결심 아래 서울대 수의학과에 진학한 일과 수의학부 교수선발에서 탈락,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2년간 지내는 동안 가축 번식기술을 비롯한 복제기술 연구에 뛰어들게 된 일 등 인생역정을 상세히 전했다.

신문은 이러한 황 교수의 성공 스토리는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영광을 쟁취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경우와도 닮았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인은 천재형 보다 황 교수처럼 가난하지만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전상진 서강대 조교수의 분석을 곁들였다.

신문은 황 교수가 지난해 2월 '사이언스'에 인간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국민적 영웅이 됐으며 노벨상 수상의 기대감도 급속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영웅'에게 돌연 의혹이 제기,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지난 5월 '사이언스'에 실렸던 맞춤형 줄기세포가 날조됐다고 발표했으며 이 의혹은 과거 줄기세포 연구와 복제 소, 복제 개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진상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많은 연구비를 받아 국민의 기대가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성과를 올리지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강해졌을 것"이라는 성균관대 홍성열 생명공학부 교수의 분석과 "드디어 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 실망은 클 것"이라는 전상진 조교수의 전망을 덧붙였다.

◇"줄기세포 연구 지체 우려"=근래에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조작으로 밝혀짐에 따라 치료용 복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재연되면서 줄기세포 연구가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호주의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26일 경고했다.

호주 일간 에이지에 따르면 호주 모나쉬 대학의 리처드 보이드 교수는 "최첨단 과학 분야에서 조작사건이 있게 되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다시 한 번 점검하도록 만드는 등 전반적인 연구 속도를 상당히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드 교수는 황 교수가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고 밝혔을 때 다른 연구소들에서도 그대로 그 과정을 따라 해서 확인을 해보았다면서 "그러나 그런 방법은 너무 많은 난자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가 단지 몇 개의 난자만을 사용해 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당시에 그 같은 주장을 뒤집는 일이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의 앤드루 엘레펀티 박사는 이번 일은 과학자들이 연구자금과 명성을 얻는 데 급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호주 보건 윤리위원회 위원인 빌 유렌 신부는 "이번에 드러난 사실로 볼 때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 줄기세포 연구소의 휴 나이얼 박사는 "이번 일이 대단히 실망스러운 사건"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호주내 줄기세포에 대한 논란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과학계에서 일어난 일종의 탈선행위"라면서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연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착실하게 진행돼 적절한 규제와 감시 속에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