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적립금 쌓기 중단해야" 대학가 소송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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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대생들이 대학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적립금을 부당하게 많이 쌓고 교육여건 개선은 외면하는 학교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7일 ‘대학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측은 “부당하게 적립금을 쌓고 열악한 교육환경을 방치하는 대학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연석회의에 참가 중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관계자는 “현재 적립금이 많은 대학들의 학생회, 단체 등을 중심으로 소송 의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1~2개 대학이 먼저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6일엔 경희대ㆍ이화여대ㆍ한양대ㆍ성공회대 학생들은 이화여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사립대의 부당한 적립금 쌓기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학생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시작된 건 지난달 24일에 나온 법원 판결이 계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수원대 재학생 50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등록금환불 소송에서 “학교 측은 30만~9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수원대 재학생들은 2013년 7월 “대학이 등록금을 통해 재단 적립금 4000억원으로 쌓아 놓고 건물 신축 등을 위해 부당하게 운영했고, 교육에 투자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 결과 수원대는 ‘학생들의 실험실습, 시설, 설비 등에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다른 곳에 사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로부터 적립금이 많다고 지목된 대학들은 “우리 대학은 수원대와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국 대학 중 적립금이 가장 많은(2013년 기준, 7868억원) 이화여대 관계자는 “수원대와 달리 우리 학교는 등록금이 아니라 외부 기부 등을 바탕으로 적립금을 만들었다”며 “적립금을 건전하게 관리해 학교 운영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중히 쓰고 있다. 단순히 적립금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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