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학법 이어 학생회 법까지 만든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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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학생회의 법제화는 학교운영에 영향을 미칠 기구가 또 하나 신설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교사회와 학부모회 법제화 법안이 제출돼 국회 교육위에 계류 중이다. 이미 활동 중인 교사.학부모.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운영위를 포함하면 학교운영에 간섭할 수 있는 기구는 4개로 늘어난다. 이들 기구는 법적 권한을 앞세워 학교장에게 학교운영과 관련된 유.무형의 압력을 가할 것이 뻔하다. 결국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이라기보다 교내 세력이 대결하는 혼란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법안을 제출한 의원 측은 학생 자치영역에 대한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게 취지라고 밝혔다. 그들 말대로 수학 여행지 선정 등을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법적 의무기구화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이 학생의 자치활동을 보장하고 있어 모든 학교가 임의기구인 학생회를 설치.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자체적으로 결정한 두발 형태를 학교 측에 건의해 관철시키는 등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학교 운영에 나름대로 관여하고 있다. 학생의 자치 역량 함양과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훈련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적인 강제력이 수반되면 그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회.교사회.학부모회의 법제화는 개방형 이사제와 함께 전교조가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다. 학교 구성원별 자치집단의 정치 세력화를 통해 학교 운영은 물론 교육정책과 교육내용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당은 이러한 주장에 동조해 법제화의 총대를 메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장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학교를 갈등 속으로 몰고갈 학생회 등의 법제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