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문학」에 오해많다|임헌영씨,「정과 원」의 대립개념 해석에 이론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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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문학의 본질이 한의 문학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는 한을 허무주의에 빠지는 정한으로 보든지 그렇지 않으면 원한으로 보아 사회의식화로 규정하려는 두 경향이 대립되어왔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최근 계간 『오늘의 책』에 발표한 「한의 문학과 민중의식」이란 글에서 정과 원이 어우러진 상태에서 한의 문학을 보아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임씨는 지금까지 한을「한一원한-보복 감정-신명풀이-사회의식학-혁명학」로 보거나 「한一정한-체념과 포기-신명풀이-현실순응-민족적 허무주의」등 2개의 형태로 고정시키는 관점이 있어왔다고 들었다. 그는 정한을 주장하는 쪽은 순수주의의 대명사처럼 한의 문학을 해석했고 원한의 감정에 기반을 둔 주장자들은 사회적 비판의식의 문학관에 한의 문학론을 집약시켜왔다고 말했다.
임씨는 우리의 한이 인간의 본성적 욕구가 억압받거나 어떤 조건에 의해 정상적으로 유지될수 없을때 생기는 갈등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전제를 세웠다.
『가시리』의 경우를 보면 그것은 매우 보잘것 없는 한 인간의 헤어짐이 갈등을 낳고 그것이 한으로 승화한 것이지 결코 그것이 숭고한 이념이나 사상의 갈등을 일으킨것이 아니라는것.
단순하고 소박한 민중의 원초적 정서와 욕구가 나타난 것이며 망부석의 설화나 박제상의 처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으로 보았다.
우리 한의 근원이 지극히 정한적이라는것이 확인되어야 한다는것.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갈등을 겪었던 사람들이 아무래도 봉건사회에서 설움을 받았던 다수의 민중이며 한의 감정과 정서가 오랜 역사를 통하여 누적되어온 갈등의 변형이라는 점에서도 분명해지는 것이지만 우리 민중들은 그들이 겪는 갈등을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한의 문학이 비장미와 골계미를 함께 가지고 있음을 주목했다. 비극적인 것과 희극적인 것을 동시에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의 민중적 미학양식이 어떤 측면에서는 서구의 운명론적인 비극관보다 진보적인 입장에 선것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때문에 우리의 한에는 한을 가진자의 한을 극복하는 신명풀이가 있을수 있으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민중의 의지가 단순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볼때는 패배로 보이지만 보다 깊은 원한, 민중역사의 변증법적 입장에서 보면 언젠가는 앙갚음이 있다는 굳은 신뢰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민중의 한의 의식은 시간적으로 무한히 해소가 유예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언젠가는 갈등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것.
임씨는 이같이 말하면서 우리의 한의 사회화가 정과 원이 공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며 어느 한쪽을 도외시하고서는 이룩할 수 없는 민중적 정서로 규정했다.
그는 소월의 시를 서정적 세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하거나『가시리』『서경별곡』등을 단순한 정과 한의 차원에서 비사회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 민중적 정서의 밑바탕에 정이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원의 강도가 강해져 한의 사회화가 촉진되고 있다는것을 확인해야한다고 말했다. <임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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